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 (2016) by 멧가비


서부극 은행강도물인 척 짐짓 시작하지만 껍데기 깐 알맹이는 가족 드라마다. 저 둘이 은행강도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에 던져진 인물이라 할지라도 이야기는 대강 성립한다. 형제애, 그것도 사막의 지렁이처럼 살려고 버둥대면서도 절대로 져버리지 않는 형제애를 다룬 이야기. 그럼에도 그것을 과시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는 [태극기 휘날리며]와도 같은 이야기이지만 그 보다 덜 수사적이다. 세련되려고 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세련됐다.


어쩌면 동시에 미국이라는 세계관에 대한 염세적 자조이기도 하다.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코만치족의 후예든, 미국을 일으킨 텍사스 백인의 후손이든 지금은 모두 똑같이 버려진 땅에서 말라 비틀어지다 못해 모래 바람처럼 스러져 가고만 있다. 가난 대물림의 연쇄를 끊고 싶어서 선택했다는 게 기껏해야 은행 강도질이라며 자조하는데, 변명이라며 비난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강도질이라는 외피 이면에 조금 더 보편적인 이야기도 함께 숨어있기 때문이다. 늘 누군가는 갖지만 그게 나는 아닌 현실. 한국의 자본 계급화와 부동산 지옥인들 이와 다를까.


마지막 장면은 서부극 클리셰이기도 한 장르 긴장감을 비튼 점이 좋다. 퇴직한 늙은 레인저와 큰 은행을 털고도 빈털털이가 되어 껍데기만 남은 강도가 대치한다. 그러나 그 둘이 주고 받는 건 공허한 으름장 뿐, 구체적인 적의조차 구태여 보여주질 않는다. 이제 와 굳이 총을 뽑을 필요도 없다는 거다. 영화 속 말마따나 이젠 그런 시대가 아니니까. 사회 구조라는 더 큰 강도가 있는데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아봤자 운동화 옆의 개미 꼴인 거지.




연출 데이빗 맥켄지
각본 테일러 셰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