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프트 The Gift (2015) by 멧가비


답답하지만 현실적인 답인 것들이 있다. 현실이기 때문에 답답한 차선책이 있다. 사적 처벌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권에서, 폭력의 피해자가 해소되지 않는 응어리를 처리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 근본부터 양아치인 종자가 뉘우치고 사과할 줄 아는 "인간"이 되길 기대하느니, 고든은 피해자신 자신이 피해자 이상의 그 무언가로 변화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고든의 복수 과정은 엉뚱한 교훈을 주기도 한다. 추측컨대, 고든이 처음부터 복수를 계획하고 사이먼의 주변에 접근하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랬을 것이라는 직접적인 묘사는 없다. 다만 우연히 사이먼을 마주쳤을 때 부터 이미 복수의 첫 단추가 끼워졌을 것임은 추측 가능한 부분이다. 기회가 우연히 다가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기왕 복수를 하려거든 귀감이 되게 하는 게 좋지.


폭력에 폭력으로 응수하는 뜨거운 방식 대신, 복수자라는 주체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심리적 데미지를 주는, 유연하고 서늘한 방식. 고든이 사이먼에게 갚아 준 것은 단순한 절망감 외에 자신의 고통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는 고립감이다. 어쩌면 본질적으로는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과 똑같은 걸 줬는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좋은 복수였다.





연출, 각본 조엘 에거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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