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Oculus (2013) by 멧가비


수 백년 간 사람의 삶을 파괴해 온 거울에 복수를 맹세한 카일리. 동생 러셀 까지 끌어들여 어린 시절 복수의 맹세를 지키고자 했던 일은, 그 심정은 이해하나 단언컨대 초자연적인 재앙을 대함에 있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단순히 저주가 걸린 것이든 혹은 악령의 씌였든, 악마의 사악한 도구이든 그 정체와 기원은 여기에서 중요하지 않다. 거울이 사람에게 하는 일에는 그 나름대로의 명확한 룰과 징후가 있으며 케일리가 파악한 범위만 따져도 이미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기 때문. 극중 묘사에 의하면 거울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카일리와 러셀 남매 둘 뿐이다. 즉, 천재일우로 구사일생했으나 다시 얻은 그 단 한 번의 삶의 기회를 기껏해야 복수심을 불태우는 데에 써버린 셈이다. 불나방이나 할 짓을.


그 대상이 누구든, 복수심이란 건 결국 스스로를 지옥에 내던지는 꼴일 뿐이라는 해묵은 명제. 그러나 영화는 흔한 이야기를 색다르게 풀어낼 줄 안다. 정교하게 짜여진 교차편집, 관객의 근원적 공포를 끌어내는 연출 기교가 제 역할을 한다.


'점프 스케어(Jump scare)'라고 하는, 끔찍하게 분장한 귀신이 소리 지르면서 튀어 나옴으로서 그냥 물리적으로 심장만 뛰게 만드는 수 얕은 양아치 영화가 아닌 점이 가장 큰 미덕이다. 얄팍한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이야기와 연출로만 공포를 끌어내려는 시도, 그것만으로 영화는 절반의 성공을 한다. 그리고 그 시도의 결과물도 준수하다.





연출 마이크 플래너건
각본 마이크 플래너건, 제프 하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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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길런이 나오는 초자연 호러. 마치 닥터 없는 [닥터 후]를 보는 듯 묘한 기분.



덧글

  • 커부 2017/08/02 17:12 #

    확실히 점프 스케어를 쓰지 않는 공포영화 만들기가 힘든 것 가탕요
  • 멧가비 2017/08/02 19:33 #

    그래서 그 많은 공포영화들이 놀래키려고만 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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