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터널 애니멀스 Nocturnal Animals (2016) by 멧가비



남들 잘 때 깨어있는 야행성 동물. 수잔의 그 별명이 상징하는 바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늘 자신에게 없는 것만을 욕망하며 안정된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모습은 수잔이 엇박자의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다. 가난한 소설가 지망생과의 결혼은 수잔이 부유한 삶을 욕망했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하고, "다 가진 여자"라는 평을 들을 정도의 풍요로운 물질의 삶 역시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그 끝에서 수잔이 다시 욕망하기 시작한 건, 오래 전 자신을 흥분시켰던 전 남편 에드워드의 야성적인 감성.


수잔은 욕망에 눈이 멀어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다. 에드워드가 자신을 위해 썼다는 소설에 대해 수잔은, 전 남편이 다시 애정을 담아 자신에게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라고 대단한 착각을 한다. 무너져 가는 현재의 삶에서 자신을 빼내어, 뜨겁던 시절로 다시 데려가 줄 구원이라는 착각을 말이다. "REVENGE"라는 단어가 큼지막한 폰트로 그려진 미술품을 자신이 주문하고서도 잊었듯이, 에드워드의 교묘한 복수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수잔.


소설에 담긴 파괴적인 정서와 절망적인 전개는, 에드워드가 수잔의 비열한 배신에 받았던 인간적 상처와 문학가로서의 파괴된 자존심의 파편들이 마치 교묘히 숨은 퍼즐처럼 재구성된 결과물이다. 수잔은 끝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저 자신이 사랑했던 문학가 에드워드를 기억 속에서 소환해 다시금 익숙한 욕망에 빠졌을 뿐. 처음부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은 끝까지 모르는 법이다.


멋있어져서 나타나는 게 옛 연인에 대한 가장 좋은 복수라고들 흔히 말한다. 에드워드의 복수는 그렇게 포석이 깔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에드워드가 단 한 번의 접촉 없이 그저 우편 송달한 한 권의 책으로 그것을 이뤘다는 것이다. 데이트 약속 조차 전화 통화 대신 그저 문자 메시지로만. 얼굴과 말이 아닌, 텍스트로만 자신을 드러내는 문학가로서 이렇게 프로페셔널하고 세련된 비폭력의 복수는 또 없을 것이다.


이 복수의 화룡점정은, 복수라는 개념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완성된다. 진짜 복수를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피해자가 당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일깨워주고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또렷이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모든 복수자들의 궁극적인 이상향. 데이트 장소에 도착할 때 까지도 어리석게 과거의 추억에 빠져 설레여하던 수잔이, 에드워드는 오지 않는구나, 하며 깨닫는 순간, 그 복수는 비언어적 형태로 완성된 것이리라.





연출 톰 포드
각본 톰 포드
원작 오스틴 라이트 (Tony and Susan,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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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7/08/02 16:45 #

    다만, 문제는 수잔에게는 먹혔을 지 몰라도 관객에게는 먹히지 않는 설득력을 가졌다는 거죠. 이 영화가.
  • 멧가비 2017/08/02 21:01 #

    네 개인차라는 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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