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톤먼트 Atonement (2007) by 멧가비


영화가 재미있는 건 그 전복적인 구조에 있다. 기본적으로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 액자 구조였음이 영화 말미에나 밝혀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브라이오니가 순간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세실리아와 로비의 삶을 뒤틀어 놓은 이유는, 기억의 혼란이라든가 로비에 대한 왜곡된 애정 등이라고 영화에서 상당히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 근본에는 과도한 자기중심적 사고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브라이오니가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 건 특유의 결벽증적인 성관념과 더불어, 가질 수 없는 것을 파괴하려는 유아기적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성년이 된 브라이오니가 과거를 참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대목이 되면 당황스럽다. 시간상으로 존재하는 5년의 공백을 두고 뒤늦게 참회하는 이유가 찜찜하게 남을 것이며, 브라이오니가 소극적으로 노력하는 동안 다른 한 편에는 전쟁 지옥을 겪는 로비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혹한 전쟁 시퀀스는 거짓말이 한 사람에게 선사할 수 있는 고통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결국 영화의 모든 과정이 사실은 브라이오니가 절반은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였음이 밝혀지는데, 이 지점에서 해석은 크게 둘로 나뉜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까지 과거를 속죄하려는 진심 어린 반성일 수도, 은퇴를 앞둔 늙은 소설가의 마지막 관심 구걸일 수도 있다. 용서할 권리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죽었고, 이미 역사에 묻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과거를 대중앞에 나서서 속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명백한 것은, 구색 좋게 늘어놓는 브라이오니의 말과 달리 결국 전쟁 통에 죽은 로비와 세실리아의 삶은 어떤 식으로든 보상 받을 수 없다는 점.


속죄로 평온을 얻는 건 브라이오니 자신 뿐.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무인도에서 속죄하는 사람은 없다.





연출 조 라이트
각본 크리스토퍼 햄튼
원작 이언 매큐언 (동명 소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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