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 (1995) by 멧가비


[미저리]가 작가의 공포라면 이 쪽은 독자의 공포.


좋아하는 작품의 세계관이 현실이 된다. 환상 문학의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 쯤 해볼 법한 상상. 그러나 그 대상이 러브크래프트의 종말론적 세상이라도 괜찮은 걸까. 독자의 로망에 딜레마를 부여하는 짓궂은 상상력. 광기와 혼돈으로 가득찬 작품을 탐닉하며, 나도 이 광기에 물들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을 느껴 본 사람에게라면 더 큰 공포와 블랙 코미디로 다가올 것이다.


광기의 전염성. 인간의 광기를 일종의 바이러스처럼 묘사한다. 어떠한 물리적인 테러나 화학적 재앙이 아닌, 상상력의 자극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세상을 멸망으로 이끄는 결론으로 도달하는 과정이 멋지다. 흔히 말하는 공감능력이나 몰입도를 재앙 확산의 매개체로 상정하다니! 멋지게 끔찍하고 아름답게 불쾌하다. 


작가가 스스로 책이 되는 일종의 "작가와 작품 물아일체" 장면이 영화의 백미다. 최후에는 샘 닐도 결국 그 자신이 겪은 공포의 과정 그 자체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 종말을 맞이한다. 작가와 더불어 독자 역시 물아일체에 빠지는 것. 이 기묘한 중첩 구조 또한 짓궂은 상상이다. 지구가 멸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영화의 주인공이 나라면? 역설적으로 영화광(독자)에게는 지옥이자 동시에 행복한 결말일 수 있지 않을까.


영화를 한 마디로 비유하자면, 존 카펜터의 팬이 러브크래프트 소설들을 잔뜩 읽고 약에 취해 잠들어 꾸는 꿈.


애초에 후속작을 집필해야 할 작가가 잠적한다는 사실부터가 독자에게는 끔찍한 테러다.





연출 존 카펜터
각본 마이클 드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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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마스터즈 오브 호러 108 담배자국 (2008) 2017-08-21 16:3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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