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럴 Spectral (2016) by 멧가비


영화에서 주적의 위치에 있는 존재들은 유령이다. 과학 어쩌고 쏼라쏼라 하면서 "다른 무언가"로 설정놀음을 하지만, 이야기 구조상 유령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른 무언가로 표현할 말도 없고 그래야 할 의미도 없다. 존나 멋진 SF 유령일 뿐. 한 마디로, 군인들이(그리고 로봇이) 유령을 때려잡는 영화.


여기엔 두 가지의 미국 취향 혹은 장르적 욕망이 혼재되어 있다.


첫째, 대상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상정하고 나아가 통제하려는 욕망. 실패했던 사례는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일 것이며, 반대로 이 영화는 꽤 성공적이다. 이야기를 무리하게 키우는 대신 하려는 이야기에만 주력하는 깔끔한 각본과 연출이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주효한 것은, [고스트 버스터즈]라는 불멸의 고전이 존재함으로서, 과학으로 유령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황당무계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


두번째는, 초현실적 사건이 "미군"의 손에 의해 해결되는 것을 보고싶어하는 욕망이다. 이는 상기한 첫번째 욕망과도 연결된다. 초자연적인 존재를 과학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건, 대응 방법 역시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원시적 내세관에서 만들어진 유령을 과학 귀신으로 재해석한 건 결국 사람 손으로, 무당이나 엑소시스트가 아닌, 철저히 물리력만을 가진 군인의 손으로 퇴치하기 딱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고스트 버스터즈의 박사들이 만약 훈련받은 군인이었더라면? 하는 발상을 구현하면 이 영화가 될 것이다. [고질라]와 다른 점 또 하나는, 일개 군바리들의 흉탄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분개할 자존심 강한 팬들이 없다는 사실. 


닿기만 해도 죽는다는, 다분히 80년대 아케이드 게임같은 설정은 이야기에 속도감을 부여한다. 하얗게 잔상을 남기는 유령들의 끝내주는 시각 이미지는 혹시 버퍼링 걸린 윈도우즈 경고창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닐까 생각하니 재미있다.





연출 닉 마티유


덧글

  • 바람뫼 2017/09/21 15:59 #

    유령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반군은 안 건드리고 미군에게 화풀이를 한 게 조금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처음에는 진짜 유령이거나 유체이탈 방식의 신무기인줄 알았는데 그냥 통제불능이었다는 것도 좀 허술했고.
    하지만 특수효과도 볼만했고 킬링타임으로 좋았습니다.

    PS : 말씀하신 랙걸린 윈도우에서 빵터졌습니다.
  • 멧가비 2017/10/14 13:41 #

    말씀처럼 사소한 설정은 그냥 제낀 것 같더군요. 오히려 그 점이 괜찮지 않았나 싶네요.
  • 정호찬 2017/09/21 22:21 #

    저 공돌이는 미친 공돌이다(...)

    유령에게 효과 있는 무기를 만든 것도 그렇지만 후반부보면 쥐뿔도 없는 상황에서 아예 규격화까지 맞춰놨더라구요. 저런 공돌이가 있는한 팍스 아메리카나는 무궁할 것이며 외계인이 쳐들어와도 바로 처발라 버릴 곳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멧가비 2017/10/14 13:46 #

    그리고 그걸 헐리웃이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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