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 Battle Royale バトル・ロワイアル (2000) by 멧가비


이웃나라에선 일찌기 있었던 '소년법에 대한 경고'. 교사는 가르치거나 통제하고 학생들은 따르거나 반항하는 식으로 학교라는 공간 내 도덕의 균형은 유지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은 있다. 도입부, 노부가 키타노 선생을 칼로 찌른 것은 그 균형을 깨지는 것을 상징한다.


한국과 일본이 공감하는 부분이겠지만, 학생에게 "개인"이라는 아이덴티티는 성인에게보다 덜 허락된다. 교복으로 개성을 빼앗기고 출석번호를 통해 카테고리화 된다. 하지만 반대로 그 익명성과 집단성은 그들에게 무기이자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는 뒷심이다. 개인이 사라지면 염치와 양심이 사라지고 이후엔 책임과 윤리의식에 무감각해진다. 불특정 다수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만일 노부가 키타노 선생의 개인 교습 학생이었다면 그렇게 간단히 칼을 들이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영화가 말하는 "배틀로얄 법"은, 선을 넘는 것에 대해 똑같이 선을 넘는 복수이자 가장 빠르고 간단한 응징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게 함으로써 집단성을 무너뜨리는 방식. 다수였던 점이 역으로 그들 개개인에게 더 위험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교사와 학생간의 불신으로 무너진 전근대적 교육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살인 게임"이라는 극단적인 시스템으로 "청소"해 버리는 섬뜩한 디스토피아. 타카미 코슌이 생각하는 군국주의 잔재에 대한 비판이자, 다음 세대들에 대해 그만의 방식으로 염려하는 메시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죄에 합당한 처벌이 가해지도록 소년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에 개개인을 함몰시키지 않고 책임있는 한 인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권리를 빼앗고 책임만을 물을 수는 없다.





연출 각본 후카사쿠 킨지
원작 타카미 코슌 (동명 소설,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