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종의 전쟁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2017) by 멧가비


리부트 시리즈 시저 3부작, 그 유종의 미. 털복숭이 모세는 이번 영화에서야 진정한 "출애굽"을 완료하고 전설로 남을 최후를 맞는다.


3부작 자체가 스토리보다는 시저의 캐릭터성을 원동력 삼아 달려왔으니 시저에 대해서야 더 말 할 것도 없고, 영화에서 그 이상 눈에 띄는 것은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맥컬러 대령이다. 전작들에서의 인간을 온정적인 측과 착취자들로 분리해서 묘사했다면 맥컬러는 그 두 가지 측면을 기묘하게 모두 갖춘 인물이다.


전작들의 어느 인간 캐릭터보다도 잔인하고 폭력적이지만 그 이면에 깔린 "명분"에 이르러서는 완벽히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핵심. 구 시리즈가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인원들의 "New Earth"였다면 리부트는 유인원 시저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몰락이었는데, 그 마지막에 와선 몰락하는 인간 중 누군가의 관점을 다시금 조명했다는 것. 그 방법에 있어선 "긍정적"이라고 평하기 힘들지만, 인간이라는 종을 지키려는 마지막 발버둥으로서는 그 방법을 쉬이 부정할 수도 없다. 결국 "인간"인 관객에게 딜레마를 던지는 인물.


시저는 새 유인원 무리를 일으킴에 있어서 동족 상잔의 금기를 철칙으로 내세웠지만, 그 시저로 하여금 복수에 눈이 멀어 스스로의 신념을 부정하게 만든 것 또한 맥컬러다. 어쩌면 이것은 시저에게 있어서 마지막 시련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사후 남은 유인원들이 만들어 갈 새 세상의 기조를 다질 통과의례이기도 했을 것이다. 맥컬러를 만나기 전 까지의 시저는 유인원과 인간을 완벽하게 분리해 피아식별했지만, 맥컬러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시저가 겪은 또 한 번의 성장은 퇴화된 인간 잔당들과의 공존 역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시리즈의 미래에선 헐벗은 노바가 야만스러운 고릴라들에게 사냥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영화는 수미쌍관이다. 1편인 [진화의 시작]에서 찰스 로드먼이 치매로 죽어가는 동안 시저는 성장했다. 이는 인간의 퇴화와 신 유인원들의 진화가 교차됨을 보여주는 장치였는데, 거의 동시에 일어난 맥컬러의 퇴행과 시저의 죽음은 진정한 의미로서의 새로운 유인원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장치이기도 하다.


전작들 모두 좋았지만 특히 더 좋은 최종장이다. 물론 비즈니스에 따라선 후속작이 더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만 이 이상의 이야기는 사족이요 B급으로 가는 지름길일 게 분명하다. 그 많은 [킹콩] 영화들의 역사에서 [콩의 아들]이 진지하게 언급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는가.




연출 루퍼트 와이엇
각본 릭 자파, 아만다 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