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 Moana (2016) by 멧가비


생소한 마오리족 창세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그러나 낯설지 않은 것은, 영웅설화나 창세신화라는 게 민족, 문화권을 초월해 공통적인 부분을 가져간다는 점을 오히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터전을 떠나 여정을 통해 동료를 모으는 부분은 소설 서유기나 일본의 민담 모모타로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특히 무인도에 "갇힌" 마우이를 모아나가 픽업하는 과정은 삼장법사와 손오공의 첫 만남을 연상시킨다. 불을 훔쳐서 인간들에게 제공한 마우이? 말할 것도 없이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떠오르고.


demigod이라고는 하지만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마우이. 그에 반해 인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똑소리나게 구는 모아나가 오히려 마우이를 독려하는 부분은 바보 온달을 장군으로 만든 평강 공주의 서사와도 일치한다. 마지막 테 피티의 신비하면서도 거대한 이미지에서는, 제주도의 창세신 설문대할망을 시각화하면 저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섬에서의 안빈낙도를 추구하는 족장 아버지는 여성에게 집안 살림을 강요하던 근대의 보수 남성성에 대한 은유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모아나는 금기 아닌 금기를 깨고 더 큰 가치를 이뤄낸다. 단지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일 뿐, 관습적인 여성성을 드러내지도 않으며 파트너인 마우이는 모아나의 비전을 이루기 위한 도구에 가깝게 묘사된다. 로맨스에 매몰되지 않는 여성 캐릭터가 작중 가장 영웅적인 업적을 쌓는다는 부분에서는, 디즈니 작품들이 그간 보여왔던 일련의 진보적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아나는, (굳이 비교하자면)엘사처럼 얼음을 다루는 (공격적인) 초능력자가 아닌, 바다와 교감하고 소통해 조력을 얻어내는 샤먼의 일종이다. 이토록 자연친화적이고 공존적인 캐릭터 묘사는, 금발 왕자님이 사악한 마녀를 무찌르고 공주를 구해내던 구시대와의 완벽한 이별을 고하는 선언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항해술이나 외모의 개성, 영적 체험 등 폴리네시아인 특히 마오리족에 대한 특징을 긍정적으로 잘 묘사한 점 역시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밑바탕에는 마오리족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강한 타이카 와이티티의 각본이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모험 활극으로서는 밀도와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 만큼 여백이 많고 느슨하다. 그 여백을 대체하는 건 신비한 이국 문화의 대리체험, 그리고 자연에 대한 관조다. 생각보다 느리지만, 느려서 더 아름답다.






연출 론 클레멘츠
각본 론 클레멘츠, 타이카 와이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