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타니 코키식 군상극의 빛나는 초기 걸작 [라디오의 시간]. 그와 비슷하고도 다른 기묘한 연장선상의 이야기다.
이나가키 고로가 분한 각본가 '츠바키'는 각본가이자 동시에 배우다. 야쿠쇼 코지의 캐릭터 검열관 '사키사카'는 검열관이자 동시에 관객이며 그 자신이 각본이기도 하다. 저 두 인물, 각본가와 검열관은 적대적 포지션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희극을 완성시키는 팀이기도 하다. 각본가라는 사람의 역할에 대해 실험하고 고찰하는 이 영화에는 미타니 코키의 희곡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엄청나게 묻어난다.
[라디오의 시간]이 배우들의 욕심과 질투에 의해 원형을 잃고 산으로 가는 각본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쪽은 처음엔 제국주의의 프로파간다가 개입된다. 그리고 이어서 경찰서장의 허영심과 사키사카의 관료적 접대 마인드가 투영되던 것이, 점점 더 작고 개인적인 것으로 옮겨간다. 결국 뜬금없이 튀어나온 사키사카의 각본가 욕망이 결정타. 덕분에 각본은 산으로 간다기 보다는 두 사람 합작의 아예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간다.
제국주의 기운이 잔존했던 시절. 뻣뻣한 공무원의 내면에 숨어있는 웃음에 대한 욕망. 야쿠자가 라쿠고에 눈을 뜬 [타이거 & 드래곤]이 떠오르기도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금색 야차] 등 고전 희곡에 대한 패러디를 찾아보는 것도 잔재미. 물론 두 시간을 꽉 채우는 두 배우의 연기력이 영화를 지탱하는 중추다.
연출 각본 미타니 코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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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리고 지나가기 쉽지만 야쿠쇼 코지의 '사키사카' 캐릭터는 만주의 감독관 출신이라는 설정이다. 제국주의자이지만 사실은 인간적이었다? 물론 그런 주제의식을 주려는 의도가 보이진 않지만, 마음이 영 찜찜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