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걸즈 スウィングガールズ (2004) by 멧가비


전작 [워터보이즈]에 비해 조금은 노련해진 입문자 코미디. 소녀들의 학습 과정엔 드라마와 코미디가 비율 좋게 강화되고 캐릭터 개개인의 개성을 부각시키는 일에도 능해진다. 기본적으로 무기력한 부적응자의 이미지는 [비밀의 화원] 사키코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너드, 갸루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 일종의 매니저 격인 청일점 나카무라는 따지고 보면 기존 밴드부의 말단 심벌즈 담당인데, 그 밴드부는 또한 원래 야구부의 부속에 가까웠으니 영화는 일종의 자수성가 이야기다.


얼렁뚱땅 수중발레부가 됐던 전작의 소년들과 비교하면, 소녀들의 스윙재즈 빅 밴드 입문은 그 시작 과정 역시 비교적 자세해졌다. 아무래도 풀장의 물보다는 악기를 구하는 일이 더 까다롭기도 할 것이고. 악기를 구하는 과정에 공들인 묘사 등을 보면 영화는 어떤 면에서는 소녀들과 재즈 사이의 로맨틱 코미디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소녀들과 재즈의 교감은 가볍지만 스윗하다. "시련은 있지만 실패는 없다"는 말을 뒤집으면 이 영화가 될 것이다. 실패할지언정 시련 까지는 가지 않는다. 목숨걸고 덤비는 대신 그저 즐기는 정서. 이는 헝그리 정신으로 가득했던 쇼와 시대 근성류 스포츠 만화들과의 차별을 선언하고 오로지 스포츠맨십으로만 독자를 끌어들였던 [슬램덩크]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정서다. 소녀들에게 스윙재즈란 그저 방학 동안 열정을 쏟을 여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계기가 가볍다고 해서 그 노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극중 빅 밴드를 구성하는 17명의 배우들 중 약간의 악기 경험을 제외하면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우에노 주리를 포함한 주역 다섯 명은 악기에 대한 경험 자체가 일천했던 상황. 그런 배경 사정을 알고 보면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주는 감동은 배가된다. 영화 속 소녀들의 고군분투에, 배우들이 영화 장면을 위해 실제 악기 연주를 배우기 까지의 과정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설정을 관통하는 드라마는 대체적으로 먹힌다.


현실적인 제약으로 꽤나 방해를 받지만 망설일지언정 두려워하지 않는 고교생들의 당찬 에너지만으로도 러닝타임 전체가 흡족한 영화다.





연출 각본 야구치 시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