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G ロボジー (2011) by 멧가비


로봇 공학계의 이단아. 차가운 로봇에 따뜻한 심장을 불어넣은 사람! 같은 건 아니고, 로봇 껍데기만 둘러입고 로봇인 척 로봇으로서의 인기를 누린 할아버지의 이야기.


당장 박람회에서 신제품을 시연해야 하는 연구원들과 고집불통 독거노인 간에 음모에 가까운 거래가 성립된다. 공학자들은 급한 불을 끌 수 있어서 좋고 할아버지는 외롭지 않아서 좋은, 윈윈으로 끝나야 하는 일이었으나 여기에 대학생 요코가 개입된다. 마치 로이스 레인을 구해내던 슈퍼맨처럼, 어쩌다보니 요코를 멋지게 도와준 할아버지, 아니 로봇. 여기서 소동극이 시작된다. 로봇 안에 들은 게 과연 누구냐에 관한 공방전. 가면 쓴 영웅 서사의 소시민적 변주다. 심지어 이 할아버지, 멋지게 안경을 벗는 포즈까지 취한다.


더 재미있는 변주는, 트러블을 만드는 건 어디서 나타난 악당이 아니라 할아버지 본인. 게다가 할아버지의 꿍꿍이를 파훼하려는 최대의 난적은 요코라는 점이다. 영웅이 악당이 되고, 그 악당이 된 영웅에게 또 다른 악당이 나타나는 역할의 혼재. 전근대적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점에 있어서는 [워터보이즈]와도 궤를 같이 한다.


마찬가지로 순서와 포지션이 다소 변경됐지만 야구치 감독 특유의 '입문자 코미디' 플롯도 유효하다. 세상에 이미 로봇을 내놓은 연구원들이 뒤늦게 로봇 공학을 배우기 시작하는 점, 이 영화에선 입문 그 자체가 트러블이기도 하다.


심술 궂은 노인이 새로운 재미거리를 찾고 젊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가르쳐주고 배워나간다는 따뜻한 전개가 좋다. 정말 차가운 로봇 수트 안에 따뜻함이 느껴지는 영화다.


제목의 G는 おじいさん의 じい이기도 하고 Grandfather의 G이기도 하겠지. 낯설진 않은 말장난이다.





연출 각본 야구치 시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