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리그 Justice League (2017) by 멧가비


이제 보니 워너-DC는 조련의 귀신들이다. 팬들로 하여금 점차 실망감에 익숙해지는 법을 가르쳤다. [배트맨 대 슈퍼맨] 의 당황스러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탄식은 기억도 희미하다. 맞은 뺨에 또 따귀 맞듯 무감각한 피로감.


마수걸이도 못한 세 명의 영웅이 팀 부터 꾸리니 난잡한 구성이 될 것은 예상한 바, 이것을 역이용 할 수는 없었나. 각자의 고민들이 팀 개업 서사에 크게 영향을 끼치고, 팀의 완성과 함께 그 고민들도 해소되는 구성이었어야 했다. 일회용 종이컵 같은 악당은 차라리 처음부터 빼버리고, 팀의 완성이 곧 영화의 엔딩인 구조를 취해 차라리 슈퍼히어로판 [조찬 클럽] 쯤으로 끝냈더라면 괴상하지만 신선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변화구도 마블이 더 잘 던질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관성적으로 왕도적 구성을 택한다. 신인들 각자의 이야기도 조금씩 들어주고, 어쨌거나 악당도 들판에 풀어놓고, 그 악당이 얼마나 치명적인 녀석인지를 말로 구구절절 설명한다. 갈 길은 먼데 자꾸 발목 잡힌다. 채비 없는 여정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어느 한 쪽에도 진득하게 집중하지 않는 난잡한 구성은 재미있을 수 있는 모든 장면들을 싱겁게 만든다. 구단주 배트맨이 선수들을 면접보는 과정, 제일 기대했던 부분이 제일 얼렁뚱땅이다. 심지어 아쿠아맨은 "동네 주민 1" 정도로 싱겁게 얼굴 내민다. 나이트 크롤러는 역대 배트맨 영화의 메카닉 중 그림은 가장 으리으리하고 역할은 가장 썰렁하다.


그 와중에 코믹스 팬들만 알아들을 농담들이 잦다. 1번 쿠키 장면은 코믹스 팬들에게 주는 일종의 "fist bump". 플래시의 K-POP 팬 설정은 마블 스튜디오와 한국의 밀월관계를 의식한 "나도 나도" 퍼포먼스겠지. 팬서비 후하게 쏟을 정성을 본편에 투자했어야지. 스끼다시 아무리 잘 줘도 메인이 형편 없으면 맛집이 아니다.


배트맨 팬들에게는 모욕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굳이 [어벤저스]의 누군가와 비교할 것도 없다. 팀 업 무비를 만든다는 사람들이 그 구심점을 이토록 초라하게 짓밟는 건 대체 무슨 센스인가. 돈이 초능력이라는 농담은 팬들이 자조적으로 할 것이지, 배트맨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며 실없이 던질 말이 아니다. 플래시의 [공포의 묘지] 농담은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그만큼 배트맨이 영화 내내 판단력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으며, 배트맨의 역할들을 다른 캐릭터에게 모두 뺏겼다는 뜻이다. 전작들에서 마치 역대 최고의 배트맨이 될 것 같은 기대를 심어줬기에 배신감은 더 크다. 그런데다가, 대체 로이스 레인은 왜 늘 최악의 타이밍에 나타나서 분위기를 망치는가.


포스터 가운데 배트맨에게만 유독 그늘이 짙은데, 영화를 보고나서 포스터를 다시 보면 쫄아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배트맨 만큼은 아니지만 캐릭터성이 조금 흔들리는 사람. 코믹스에서야 말 할 것도 없고, 영화 세계관 전작들에서도 터프하기로는 원탑이었던 원더우먼. 남자들 사이에 놓이자마자 갑자기 따뜻하게 웃으면서 팀의 엄마 역할이다. 이건 또 무슨 개수작이야. 전근대적 "여성성"이란 것도 짜증나지만 그걸 원더우먼한테 시키려는 미친 생각은 진짜 안 되는 거다.


저 둘 포함 다른 모든 캐릭터들이 그저 슈퍼맨 등판 까지의 총알받이다. 마치 [드래곤볼] '사이야인 내습' 편에서 손오공의 부활까지 Z 전사들을 녹여버리던 구성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슈퍼맨 하나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아니, 이 영화에서는 그 누구도 주인공이지 못했다.


그 슈퍼맨의 부활을 지켜 본 사람은 순찰 돌던 경찰 한 명 뿐. 지구의 위기에 리액션한 민간인은 러시안 4인 가족 뿐이다. 지구가 위험하다는데 도무지 와닿지를 않는다. 설정은 지구의 위기인데 정작 결과물은 어딘가의 벌판에서 아무도 모르게 자기들끼리 끝내버리는 "그들만의 리그". 이건 '토에이' 특촬 드라마에서나 할 법한 예산 절감 자구책이다. 이 영화는 그 많은 예산을 호화 요트 대여에나 쓴 건가.


지루하지 않고 시간은 잘 간다. 재미없진 않으나 걸출하지도 않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나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비하면 황당하기까지 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1등급 한우, 송로버섯, 캐비어 등등의 식재료를 때려 박았는데 김밥천국 떡라면 같은 맛이 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전작들이 늘 그랬듯 좋은 부분들은 군데 군데 있다. 하지만 그 좋은 부분의 총 합이 나머지 나쁜 부분보다 현저히 적다. 한 번 더 속아주겠다 마음 먹었는데 진짜 또 당했다.





연출 잭 스나이더, 조스 위든
각본 잭 스나이더, 조스 위든, 크리스 테리오



핑백

덧글

  • 타마 2017/11/16 15:30 #

    (숙연)
  • TokaNG 2017/11/16 17:45 #

    슈퍼맨을 그렇게 아껴두더니, 나오긴 나오는군요?
    뻔히 다 아는데 트레일러며 포스터에서 아껴둘 필요가 있나 싶지만...
    시빌워에서의 스파이더맨처럼 깜짝 놀래키고 싶었을까요?
  • 멧가비 2017/11/16 19:30 #

    놀래킬 의도도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의도에서 끝났을 뿐..
  • 잠본이 2017/11/25 02:17 #

    포스터의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수 없다'에 각 영웅들 마크가 들어가 있는데 슈퍼맨 마크도 은근슬쩍 들어갔죠.
  • DAIN 2017/11/16 17:59 #

    개인적으론 저스티스 리그가 아니라, 70~80년대 TV애니메이션 시리즈 수퍼프렌즈 극장판~으로 수준을 맞춘 것 같았습니다. 올드한 테마의 활용도 그 쪽 테마 멜로디에 살짝 얹었다는 기분이었고요.
    좀비 농담은 왠지 잭 스나이더에게 "가서 좀비영화나 찍어" 하는 걸로 들릴 지경이었습니다.
    쿠키 1은 90년대 수퍼맨 TAS의 https://youtu.be/MuJeROK-97I 이 떠올라서 뿜었습니다.
    닥터 맨하탄 배우가 나오던데, 두번째 엔딩 쿠키도 닥터 맨하탄의 파란 실루엣을 보여주고 New52 같은 떡밥을 뿌렸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옛날 스타일 수퍼프렌즈는 이걸로 끝이고, 앞으로 진짜 리그를 보여줄게~ OK? 하는 기분으로 나름 즐겁게 봤네요.
  • 멧가비 2017/11/16 19:29 #

    정말 슈퍼프렌즈 분위기 엇비슷하게 흉내라도 냈다면 차라리 고유의 매력이라도 있었을 것 같네요.
  • 풍신 2017/11/16 18:42 #

    90년 대에 슈퍼맨이 죽는 에피소드에서 이어지는 여러가지 스토리도 많았는데, 슈퍼맨 부활이란 거대한 이벤트를 정말 허접하게 내던진 느낌 입니다? (물론 저스티스 리그가 결성한다는 그런 부분도 내던진 느낌이고요.)

    뭐 기존의 대중적 이미지의 캐릭터들이라면 내버려뒀어도 싸웠을 배트맨 VS 슈퍼맨 에피소드도 쓰레기 통에 집어넣었고, 정말 일급 재료를 라면에 투입하는 격? (라면은 맛이라도 있지.)
  • 멧가비 2017/11/16 19:28 #

    심지어 "이벤트" 취급도 안 했죠. 무슨 밀린 방학숙제 해치우는 것 마냥..
  • 잠본이 2017/11/25 22:18 #

    사실 슈퍼맨의 죽음과 부활을 제대로 다루려면 한 20부작 미니시리즈 정도는 해야 하니(...)
  • 더카니지 2017/11/16 21:21 #

    전 대니 엘프먼의 OST에 대 실망했습니다. 이전 DCEU의 웅장함, 장엄함은 사라지고 그저 밋밋 그 자체. 정키XL이 하차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어벤져스2 때도 그렇고 최근 앨프먼의 OST는....무개성적이었어요. 한때의 거장이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
  • 멧가비 2017/11/17 20:25 #

    역시 전성기는 팀 버튼과의 영혼의 콤비 시절이겠죠
  • akd637 2017/11/17 06:37 #

    WB CEO씨가 또 한 건 했네요. 들은 바로는 [저스티스 리그]의 러닝타임을 2시간 이내로 하라고 요구했다더군요.

    이제는 WB의 만행이 놀랍지도 않네요. 특히나 잭 스나이더는 [맨옵스]나 [왓치맨]처럼 창의성의 자유나 좋은 각본만 있으면 좋은 영화를 뽑을 수 있는 감독인데... 어떻게 WB는 무리한 요구만 하면서 세계관이 잘 굴러갈테니 스핀오프나 잔뜩 만들자라는 생각밖에 안할 수 있지.
  • 멧가비 2017/11/17 20:26 #

    수뇌부에 예술가는 없고 시야 좁은 장사꾼만 있는 느낌입니다.
  • 펜타토닉 2017/11/17 19:24 #

    수퍼맨의 부활씬 보면서 크립톤 우주선이 사정하듯이 찍고싶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앞에 나오던 시덥잖은 섹드립들도 그렇고 잭동 본인의 취향은 확실히 채우고 떠났다 느껴지네요.
  • 멧가비 2017/11/17 20:27 #

    그러고보니 그 우주선은 슈퍼맨 나온 작품들 개근이네요
  • 파군성 2017/11/18 00:15 #

    고개숙인 중년 배트-찐따가 전편에서 어떻게 이 영화의 슈퍼맨을 때려잡은거지라는 느낌이 들정도였죠.
    그때가 화광반조였나...

    플래시는 전형적인 슬로우모션 제공기계고 사이보그는 말 그대로 해킹머신 기계,
    아쿠아맨은 말하는 생선 기믹이라도 밀어볼라고 발악하는데 비중이 아쿠아가 아니라 에어.
    개그 코드는 잭스나표가 아닌거 같은데 오히려 서로 불협화음만 일으키고 만 느낌.

    쿠키보면 시크릿 소사이어티나 그런거라도 만들라나본데 지금대로 간다면 자살닦이보다 망하겠죠.
  • 멧가비 2017/11/26 14:09 #

    슬로모션 기계 공감 가네요. 제일 빠른 놈인데 나오기만 하면 늘어지는 그 기분
  • 잠본이 2017/11/25 22:20 #

    조련을 넘어서 완전 가스라이팅 수준이죠(...) 다음엔 또 어떤 피로감을 안겨줄지 기대(?)될 정도로.
    원더느님이 그꼴 된건 재촬영 맡은 조스웨던 책임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다른멤버들 유치하게 말싸움하는거보고 '애들같다니까' 한숨쉬는 원더느님 꼴은 완전 블랙위도우 판박이라
  • 멧가비 2017/11/26 14:12 #

    저는 여전히 감독보다는 스튜디오 단계에서의 기획 실패를 탓하고 싶네요
    그런데 확실히 원더우먼도 블랙 위도가 밟은 유치원 선생 과정을 앞으로 똑같이 밟게된다면 조스 위든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긴 합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