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펀 천사의 비밀 Orphan (2009) by 멧가비


케이트와 에스더는 대구를 이룬다. 입양모와 양녀라는 입장 차이는 대립되며, 각자 불편한 과거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동류다. 다른 듯 닮은 둘의 공방, 그 리듬은 잘 짜여진 법정극과도 같다. 이 법정 대립에서 케이트는 피고이자 스스로 변론하는 변호사, 에스더는 심판관이자 징벌의 대리인으로 기능한다.


영화 시작 시점에서 케이트에게는 원죄가 있다. 아이를 잃은 슬픔인지 자기연민인지 그 경계가 애매한 감정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먼저 낳은 아이들에게 소홀한 죄. 자신이 가진 예술적 비전(혹은 욕망)을 먼저 낳은 아이들이 충족시키지 못하자 다른 아이를 그 대체재로 삼으려 한 죄 등. 가족 구성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입맛에 맞게 "세팅"하려는 욕망이 읽혀, (결과적으로 피해자임에도) 썩 동정적이지만은 않다.


이에 맞서 마치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조소하듯 케이트를 긁어대는 에스더. 그러나 대리 징벌처럼 행해지던 도발들이 선을 넘는다. 징벌을 위해 강림한 신의 사자(使者)인 줄 알았더니 사실 사자를 칭한 악마. 심지어 자신의 욕망을 분출시키기 위해 악행을 설계한 마구니였다. 마구니는 철퇴를 맞아야 한다. 이 시점부터는 일방적인 징벌에서 결사의 승부로 싸움의 형태가 바뀐다.


이런 영화에서 남편은 대개 성욕만 가득한 머저리 NPC를 벗어나지 못한다. 케이트 남편 존 마찬가지. 심지어 영화 중반부 까지는 이 화상에게서 소아성애적 뉘앙스도 읽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반전. 이 반전에 나도 속고 에스더도 속는다.


에스더의 억누른 욕망, 그 만큼의 스트레스로 인해 완벽할 수도 있었던 침략을 그르친다. 존에 대한 오판이 있기 전에 이미 자신의 악마성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수도 없이 드러냈으니 자멸은 정해진 수순. 에스더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추진력을 잃는다. 대상을 특정할 수 없는 소유욕, 목표가 불분명한 정치, 근본을 알 수 없는 반사회성 등, 어린아이의 외모와 그 안에 담긴 악마성이라는 부조화 만큼이나 혼돈과 추상성으로 흥미롭던 소악마적 캐릭터가, 그 자신의 구체적인 무언가를 드러내는 순간 역으로 무찔러야 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탄식. 이런 캐릭터를 구상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자가당착, 불분명한 채로 놔둬도 될 것을 끝에 가서 꼭 설명하고 싶어한다.


종반부의 도식적인 수습과는 별개로, 에스더라는 캐릭터와 그를 연기한 이사벨 퍼만의 에너지가 사실상 영화의 거의 전체를 지탱하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베라 파미가는 무표정에 고통이 배어있는 배우.


'배트맨'의 2군 악당 중 하나인 '베이비 돌'과 기본 설정이 같은 캐릭터다. 배트맨도 상대하기 버거워 하는 류의 악당을 평범한 일가족이 1인 사망, 1인 중상의 전과로 막아냈으니 선방했다고 해야할까.






연출 자움 콜렛 세라
각본 데이빗 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