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톤 키 The Skeleton Key (2005) by 멧가비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루는 공포 영화 중에는 간혹 주인공이 의미 있는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무력하게 당하기만 하는 것들이 있다. 이런 영화는 대개 두 종류로 나뉜다. 영화 전체가 무의미해져버리거나, 아니면 그 무의미함으로 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거나. 이 영화는 후자.


주인공 캐럴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실천한 행동 때문에 곤경에 처한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이 사실은 위기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도록 설계 된 교묘한 덫이라는 설정. 나는 이런 것을 "올드보이 플롯"이라고 부른다. 복수의 일환으로 오대수가 했던 일들이 사실은 이우진의 거대한 복수극 각본의 일부였듯, 캐럴은 흑마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는 길로 향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캐럴이라는 선무당은 자기가 잡히고 만다. 그런가하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다. 척봐도 흑마술 외길 최소 30년은 돼 보이는 베테랑에게 출처 모를 주술 레시피 한 장으로 맞서려 한 캐럴의 만용이 어떻게 캐럴 스스로를 파멸시키는지 지켜보는 것이 영화의 아이러니한 재미 중 하나.


격언이라기엔 미묘하나 간혹 영화를 통해 "Don't be a hero"라는 구문을 들을 때가 있다. 비겁해지라는 뜻도 있겠으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라는 뼈 있는 일침이기도 하다. 캐럴은 용감했고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물론 그 기저에는 타인의 일에 자신의 경험을 동일시한, 지나친 자기연민이 깔려있기도 하다. 곤경에 처한 타인을 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영화는 그 질문에 씁쓸한 반문을 남긴다.





연출 이언 소프틀리
각본 에런 크루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