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킬 빌 vol.2] 클라이막스 직전, 빌의 "양덕 커밍아웃" 장면.
요약하자면, 슈퍼맨의 메인 아이덴티티는 슈퍼맨이고 배트맨의 메인 아이덴티티는 브루스 웨인이란 건데,
이게 보통의 DC 코믹스 세계관 기준으로는 많이 빗나간 해석이다. 배트맨이야말로 아침에 배트맨인채로 눈을 떠서 명품 수트를 입고 브루스 웨인으로 위장하는 거고, 슈퍼맨은 대외용 닉네임일 뿐 그 내면은 언제나 농장 소년 클락 켄트의 자아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 이 장면 보면서, 타란티노 엉뚱한 소릴 한다고 코웃음 친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것을 DCFU가 실현시킨다.
[맨 오브 스틸] 이후의 슈퍼맨에게 클락 켄트의 자아라는 건 거의 존재하질 않는다. 안경을 쓰든 벗든 언제나 크립토니안으로서의 선민의식과 프라이드를 잃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의 "SUPERMAN job"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더 가까워 보인다. 심지어 앞으로의 영화 속에서는 클락 켄트로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반대로 배트맨은 "내 초능력은 돈"이라며 뻔뻔스레 너스레를 떨 정도로 철저히 갑부 브루스 웨인이다. 그가 언제나 배트맨인 상태였더라면 영화 내내 그렇게 덜떨어진 판단만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그렇게 슈퍼맨을 찢어 죽이려 한 것도, 사실 진짜 이유는 부동산 피해 본 거 열받아서였던 건 아닐까.
쿠 형, 비웃어서 미안해요.
덧글
"가면"은 그저 정체를 숨기기위한 것 만은 아니죠...
거미맨같은 경우는 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가면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는 목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을 보호한다는 것보다는 타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서 다르겠지요.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면 그들이 위험해지니까.
나중에 혹시라도 가면에 대해 보잘 것 없는 글 하나 쓰게 되면, 그 때 조금 더 자세한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