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탐구 - 2017 기준, 악당 베스트 5 by 멧가비



5 울트론



한 번 보면 공염불 하는 은박지 유령. 두 번 보니 철완의 몽상가. 토니 스타크의 야심에서 태어난 마블판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 토니의 매드 사이언티스트적 기질에 포함된 어두운 단면을 상징하는 그림자다.


그런가하면 [바이센테니얼 맨]의 앤드루 혹은 [A.I.]의 데이빗이 어두워진 버전이기도 하다. 인류말살을 캐치프레이즈 삼아 일종의 마왕 포지션을 수행했으나, 사실 울트론 그 자신의 궁극적인 욕망 또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사실.


데이터베이스와 인공지능, 기계장치로 이뤄진 존재가 들뜬 말투로 장광설을 토해내며 몽상가적 아나키스트의 면모를 보이는 아이러니함도 매력적이다. 영화가 비중 배분을 조금만 더 잘 했다면 훨씬 좋은 캐릭터였을 것이다.






4 킬그레이브 (케빈 톰슨, 퍼플 맨)



아이언맨 류의 과학 계열과 토르 류의 마법 계열들로 양분되는 MCU의 악당 시장에서 드물게 존재하는 사이킥 계열의 메타 휴먼이라는 점에서 일단 희소성이 있다. 그 말은 즉, 무투파 주인공에게 정신 공격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그림 또한 희귀하다는 것.


학대를 통해 만들어져 그 창조주를 저주하는 괴물로서 이쪽도 마찬가지로 '프랑켄슈타인 피조물'같은 면이 있거니와, 철저한 사이코패스로서 드라마의 폭력적 수위를 높여버리고 장르를 본격 심리스릴러로 탈바꿈 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디펜더스]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나 절망적이고 신경질적인데, 그런 분위기의 절반은 킬그레이브가 만들고 있다.


MCU의 악당 중 가장 "악마"에 가까운 인물. 다른 캐릭터들이 정도의 차이를 두고 조금씩은 동정 가거나 응원하게 되는 면이 있다면, 이 쪽은 정말 "고통스럽게 죽는 꼴"을 꼭 보고싶은 케이스. 납치 , 강간 등 현실 범죄 전과가 있다는 점에서 이미.





3 헬무트 지모 (지모 남작)



역시나 드물게 존재하는 완전 지략형 악당. 사소한 초능력 하나도 없이 그 자신의 인내심과 노련함만으로 그 전에 존재했던 어떤 슈퍼 악당들보다도 큰 성과를 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공언했던대로 정말 제국을 내부에서부터 함락시켰으니. 어벤저스에 입힌 데미지의 크기를 떠나서, 원하는 바를 완벽히 달성한 시리즈 유일의 악당이기도 하다.


심지어 포지션 상 악당의 롤을 수행했을 뿐, 따지고 보면 그 자신도 철저한 피해자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콜래트럴 데미지'에 대한 주제의식이 단지 저 영화 한 편 뿐이 아니라 그 전 부터 사소한 묘사들을 통해 공들여온 큰 스토리의 흐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영화 속 지모라는 존재는 그 화룡점정이자 방아쇠인 셈이다.


[올드보이]의 이우진과 [가메라 3 이리스 각성]의 히라사카 아야나를 섞어서 재구성한 느낌의 캐릭터.





2 에이드리언 툼스 (벌처)



영화가 진행되면서 어쩔 수 없이 선을 넘으나, 그 시작 만큼은 나름대로 생계형 악당이었다는 점. 세계정복의 야심가나 사이코패스가 판치는 슈퍼 악당 시장에서, 대기업 횡포에 희생당한 블루칼라 노동자 출신이라는 설정은 캐릭터를 단순히 타도해야 할 악당 쯤으로만 남지 않게 해준다. 희소가치 있는 설정이며 영화는 그 점을 잘 살렸다.


그러한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이 캐릭터가 흥미로운 것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슈퍼악당의 전형성에서 조금 비껴감과 동시에 전혀 엉뚱한 장르의 캐릭터와도 섞인다는 점이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80년대 청춘물의 무드를 공유하고 있다면, 이 벌처는 청춘물에서흔히 주인공과 대립하던 "여자친구 아빠" 캐릭터들에 해당한다. 친절한 이웃을 자칭하는 소년 영웅에 걸맞는, 옆집의 수상한 아저씨 쯤 되겠다.


특히 그 가족사가 밝혀지는 순간. 악당을 떠나서 MCU 모든 캐릭터 통틀어도, 영화 초반도 아니고 엉뚱하게도 후반에 가서 그렇게 쇼킹하게 등장하는 캐릭터가 몇이나 됐을까. 덕분에 리즈는 반전을 위해 존재했던 미끼 캐릭터 정도로 그 위치가 뚝 떨어져 버렸지만.





1 제임스 뷰캐넌 "버키" 반스 (윈터솔저)



친구였던 적, 개조인간, 기억 잃은 방랑자 등등 내가 선호하는 유형 몇 가지를 때려부은 캐릭터라서 1등. MCU 영화들이 계속 더 나오면 다른 순위들은 바뀌겠지만 이 1등은 어지간하면 안 바뀔 것 같다.


캐릭터의 입체적인 면모, 상징성 등 어지간한 평가 기준은 다 씹어먹는 압도적인 똥폼. 자동소총, 기관단총, 나이프로 무기를 바꿔 가면서 캡틴과 싸우는 그 긴 시퀀스는, 제작진들이 "인간병기"라는 소재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감탄사를 부른다. 버키가 윈터솔저라는 건 대단한 반전도 아니고 뛰어난 각본을 할당받지도 않았지만 오로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의 연출 테크닉만으로 영화의 절반 가까이를 쌈싸먹는 캐릭터.


슈퍼히어로 영화 악당의 전형을 조금씩 깨거나 다른 장르의 느낌을 내는 외부자적 측면에서 위의 다른 캐릭터들을 높게 평가한다면, 이 쪽은 반대로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나올 수 있는 "전형적"인 archenemy 중 한 종류의 극한을 보여줬다는 점도 좋다. 전형적인(=식상한) 설정도 극한으로 밀어부치면 그 자체로 또 새로운 뭔가를 낳는다. 애초에 뭔가가 식상하다는 건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산-소비했다는 증거일테니 말이다.


전개 상 악당의 포지션을 소화했으나 사실은 그 역시 피해자이자 과거의 영웅 중 하나라는 설정, 시리즈 내에서도 그 입장이 가장 복잡한 인물이어서 늘 곱씹게 된다. 정말 좋았는데, 바로 다음 출연작에서 "구출 대상" 쯤으로 위상이 뚝 떨어진 점, 그 한 가지가 아쉽다.




덧글

  • 炎帝 2017/11/28 16:28 #

    다... 닥터?
  • 은이 2017/11/28 16:48 #

    울트론은 예고편에서의 공포의 피노키오? 같은 이미지를 유지했다면...
    뚜껑열어보니 찌질한 모습도 보이는 그냥 악당 같더군요 ㅠㅠ
  • 멧가비 2017/11/29 15:44 #

    그 찌질한 면모가 맘에 들었습니다
  • 케이즈 2017/11/28 17:55 #

    킬그레이브를 보다보면 제시카가 왜 그리 예민할수밖에 없는지를 정말 잘 이해하게 되죠... 어휴.
  • 멧가비 2017/11/29 15:47 #

    제시카 존스라는 캐릭터는 성 착취와 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라는 내면을 윤색없이 잘 드러낸 캐릭터라서 더욱 응원하게 되죠. 마블 캐릭터 중에 가장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상징하지 않나 싶네요.
  • 케이즈 2017/11/29 17:57 #

    하지만 매번 업무 트러블로 다툴때면 그의 능력이 매우매우 탐날때가 있다는게 함정...ㅋ...
  • 멧가비 2017/11/29 19:05 #

    능력 자체야, 내 꺼라고 생각하면 꿈 같은 능력이죠ㅎㅎ
  • akd637 2017/11/29 07:22 #

    킹핀이나 오베디안 스탠이 의외로 없네요. 특히나 개인적으로 제프 브릿지스의 연기가 캐릭터를 정말 잘 살렸다고 보는데. 근데 뭐 가비님의 의견이 저와 같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전체적으로는 저와 비슷합니다. 윈터솔져는 가비님 말씀대로 캐릭터가 정말 입체적으로 잡혀서 좋아하는 악당이지요.
  • 멧가비 2017/11/29 19:36 #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만, 그와 별개로 오베다이어 스탠-아이언몽거라는 악당 캐릭터로서 활약 자체가 너무 적지 않았나 싶어서 말할 거리가 없네요. 그 점이 아쉽습니다.
    킹핀처럼 처음부터 모든 걸 다 갖고 시작하는 깡패 두목은 제가 흥미를 느끼는 유형의 캐릭터가 아니라서 별로 좋아하질 않습니다.
  • 잠본이 2017/12/01 00:32 #

    스테인은 쓸데없는 철갑옷 만들지 말고 그냥 그 신경마비장치나 양산해서 세계정복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 이글루스 알리미 2017/12/26 08:09 #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12월 26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컬처]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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