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휴먼스 Inhumans (2017) by 멧가비


여섯 명의 인휴먼이 주연인데 그 중 다섯은 드라마 시작부터 황당한 이유들로 능력을 봉인당하며 나머지 하나는 원래 초능력이 없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어벤저스를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아이언맨은 파산해서 수트를 굴릴 수가 없고 브루스 배너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왔으며 호크아이는 아폴로눈병 걸린 상황으로 설정됐다는 거다. 가장 재미없는 상태로 세팅 하고 시작하는 드라마. 그 중에서도 제일 지루한 1, 2화를 묶어서 극장 개봉이라니. 제작 과정에서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길래 이렇듯 미완성만도 못한 물건이 시장에 나왔을지가 궁금해진다.


가끔씩 비춰주는 풍경은 아름답고 폴리네시안 배우들이 적잖이 나온다. 주 촬영지가 하와이인 걸 봐선, 예산 절감 차원에서 하와이주 정부와 연계해서 협조 받는 대신 관광 홍보도 겸하고 현지인 배우들도 고용하는 식으로, 서로 주고 받은 게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주연 배우들의 인지도나 시각 효과의 수준, 어딜 봐도 그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흔적이 없다. 보도 블럭 갈아 엎고 도로명 주소 도입하듯이 제작비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지 않은 이상 이런 드라마가 나올 수가 없다. 듣기로는 [왕좌의 게임] 한 시즌보다 제작비를 더 썼다던데. 전편을 아이맥스로 촬영했다더라. 제작비 누수가 아마 그 과정에 있지 않았을까.


아무리 예대 졸업작품 같은 퀄리티라고 해도 내러티브가 좋으면 문제가 없었을 터. 하지만 시나리오도 역시나 재미없기로 작정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관객-시청자는 무조건 선인(善人)만을 응원하진 않는다. 주인공이 악인이라면 그 악인을 응원할 수도 있는 게 이야기를 소비하는 사람의 심리. 즉, 자신을(+매력을) 더 많이 드러내는 쪽에게 마음이 주게 돼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시작과 동시에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 신념 등 주인공에게 필요한 구성 요소들을 막시무스에게 몰아준다. 정작 영웅이었어야 할 블랙볼트 일당은 벌어지는 상황에 휩쓸리기 바쁘다. 여기서 차라리 드라마가 (팀 버튼의 배트맨 영화들처럼) 막시무스를 주인공으로 확실히 밀어준다면 좋을테지만, 서사는 막시무스가 주도하고 분량은 블랙볼트 일당에게 몰리는 불협화음이 발생, 이 어긋남에서 "재미 없음"이 태어난다. 슈퍼 초능력 왕과 왕족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영웅담이었어야 할 드라마가, 입만 산 찬탈자의 비열한 음모를 구경하다가 끝난 셈이다.


그나마 최소한의 좋은 요소라면 막시무스 캐릭터 하나 뿐. 끝에 가선 그냥 레드리본군 총수 같은 놈으로 전락했지만 그 시작은 꽤나 다층적인 매력을 가진 악당이었다. 반역자이면서도 동시에 계급 철폐를 외치던 혁명가. 왕가 유일의 '휴먼'이지만 초능력 하나 없이 대의명분만으로 쿠데타를 성공시키고 나라를 삼켰던 풍운아이기도 했다. 셰익스피어 [리어왕]의 '에드먼드'의 또 다른 적자와도 같았던 그 캐릭터성을 조금 더 잘 다듬어 끝까지 유지했더라면 '로키'에 버금가는 좋은 회색의 악역으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언 피스트]가 여섯 명 나오는 드라마 같다. MCU 출범 이래, 후속작이 절대로 나오지 않길 바라는 작품은 처음이다.




덧글

  • 잠본이 2017/12/07 00:39 #

    아이언 피스트가 여섯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비유로군요
  • 듀얼콜렉터 2017/12/07 02:02 #

    첫시즌이 금요일에 방영하는것 부터가 이 드라마의 미래를 알려줬죠(금요일은 사람들이 TV를 안 보는지라 거의 캔슬되는). 실드의 주연인 밍 나가 얼마전에 북미의 한 행사에 참가했는데 인휴먼스는 캔슬됐다는 언질을 해서 아마도 시즌2는 거의 확실하게 안 나올것 같습니다.
  • 멧가비 2017/12/07 14:50 #

    다행히 편성으로도 악재가 겹쳤군요
  • 케이즈 2017/12/07 08:58 #

    아이언피스트 여섯명..........

    믿고 거르겠습니다
  • 멧가비 2017/12/08 21:45 #

    믿지 마시고 직접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 케이즈 2017/12/09 15:06 #

    아이언피스트만으로도 고구마만 먹는 기분이었는데

    저에게 질식사를 추천하시는건가여...ㅋㅋㅋ
  • 멧가비 2017/12/09 15:48 #

    나만 당할 수 없는 기분 같은 거 있잖아요ㅋㅋㅋ
  • lelelelele 2017/12/07 22:10 #

    MCU드라마들을 제작총괄하는 마블텔레비전의 가장 큰 실패가 아닌가 싶어요.
    거기다 제작전에 아이맥스사의 투자를 언급하며 설레발도 좀 쳐댔으니...
    애초에 이거 소재 자체가 드라마로 소화할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느꼇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군요.
    주역들을 비롯한 캐릭터 다수가 화려한 CG떡칠이 많이 필요한 타이틀인데 말이죠.

    그냥 마블텔레비전은 스튜디오의 영화쪽과 달리, 작은 이야기나 스트릿 히어로들에게 집중해주는게 나을거 같아보여요. 돈 때려부어서 이런 걸 만든걸 보면요. 이게 기존의 마블스튜디오 버전 영화 초안을 안 쓰고, 드라마 오리지널로 간다고 하고 나온 물건인데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아이맥스측에서 1,2화를 전액 투자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제작하는와중에도 텔레비전부서랑 ABC도 갈등도 좀 있었다는 후문도 들려오기도 하더라고요.
    아이언피스트나 인휴먼스 같은 드라마가 이렇게 된 걸 보니, 텔레비전부서는 확실히 오컬트, SF, 판타지 같은 요소를 드라마에 잘 녹여내지 못하는거 같기도 하네요. 디펜더스도 좀 어정쩡했고요.
    근데 대충 몇화 넘겨보고 말아서 몰랐는데, 막시무스가 코믹스와 달리 초능력 없는 존재로 묘사되었나 보네요? 아예 있는 능력도 각색해서 없애버리다니..
    요 근래에 퍼니셔로 좀 체면치례하고 런어웨이즈로 폼을 회복하고 있나본데, 텔레비전 부서는 앞으론 좀 작은 이야기에 집중하고 완성도 신경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거 같아요.
    내년 나올 클록&대거나 뉴워리어즈는 잘 나올지 어떨지 걱정도 드네요...
  • 멧가비 2017/12/08 21:41 #

    마블 측에서는 뮤턴트를 대체할 소재로 인휴먼스를 고려했던 것 같은데, 인휴먼스 본편이 무너지면서 공교롭게 뮤턴트는 쓸 수 있게 될 것 같네요
  • lelelelele 2017/12/09 15:14 #

    ㅎㅎ 그거 정말 아이러니한거 같아요. 요새 인수합병에 관해 말들이 많은데, 그래도 영상매체들을 비롯한 컨텐츠들이 피해 좀 덜보는 방향으로 잘 가줬으면 싶더라고요. 분명 부작용도 많을거 같지만...

    당분간 한 10년후까진 폭스판 엑스맨 데드풀은 라인업 살려주고 MCU는 MCU대로 가면 좋을거 같은데 말이죠.. 그래야 폭스마블 라인업도 좀 이것저것 해보고, MCU도 페이즈3 이후에도 제2, 제3의 가오갤같은 마이너 타이틀 발굴사례가 좀 많이 나올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가디언즈를 딱히 많이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이렇게 코믹스 코어팬들이나 알법한 타이틀을 실사화로 소개해주는게 좋았었거든요..

    그리고 꼭 보고싶은건 MCU판 판타스틱포. 폭스판은 이제 3번이나 봤으니 충분하고, MCU버전이나 나왔으면 좋겠더라고요. 권한이 완전히 마블로 회수되는건지는 좀 기다려봐야 할거 같은데... MCU버전 판포팀이 좀 뻔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MCU성향에 어울리는 팀도 없을거 같은데 말이죠. 보통 팬덤에선 빌런들은 더 선호하는데, 전 되려 팀 주역 4인방을 막연하게나마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처즈 부부(혹은 커플)은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스톤이 맡아주면 의외로 잘 어울리거 같은데 말이죠..
  • 멧가비 2017/12/09 18:07 #

    제일 의아한 건, 폭스 합병이 곧 "MCU에 엑스맨 편입 확정"이라고 단정짓는 대중 반응입니다. 기존 어벤저스 세계관이랑 합치지 않더라도 엑스맨 시리즈를 따로 꾸릴 방법은 많을 것 같거든요. MCU랑 기존 엑스맨 세계관을 섞을 수 없는 이유들도 꽤 있고요.

    개인적으론 폭스 엑스맨 시리즈 이제 더 할 얘기도 없어 보이고 시리즈 종결 짓거나 리부트 해도 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로건'으로 유종의 미도 거뒀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데드풀' 만큼은 이제 시작이니 기존 세계관을 유지해줬으면 싶어서 그 부분이 애매하네요.

    판타스틱포는 정말 MCU에서 보고싶네요. 가필스, 스톤도 성사만 된다면 꿈의 캐스팅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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