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 The Avengers (1998) by 멧가비


영화 자체에 대한 담론 보다는 제목과 관련한 해프닝들이 있는 작품. 마블 스튜디오의 [아이언맨] 1편이 개봉한 시점보다도 10년이 더 된 영화다. 보통의 영화 팬들에게 '어벤저스'라는 제목은 당연히 생소했을 것. 반대로 일찍 마블 코믹스의 팬이 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그 어벤저스"의 실사 영화로 혼동되고는 했다. 지금처럼 인터넷 위에 만물의 정보가 놓였던 시대도 아니니, 비디오 테입 케이스에 기재된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그 날 볼 영화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덤벙대는 녀석들이 제목에 속아 강제로 관람하게 되는 일은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언제부턴가 못 만든 영화 리스트에 빈번히 오르곤 했었는데, '리얼리즘'과 '톤 다운'에 주목했던 90년대부터 2천년대 초반 쯤 까지의 트렌드에 밉보였을 가능성을 차치하면 영화 자체는 준수하다. 원작인 60년대 스파이 드라마의 캠피한 분위기도 일정 부분 유지하고 있으며, 현대의 영화라면 더 화려했겠지만 그만큼 공허했을 특수효과 부분들을 아날로그한 기술들로 상당수 채우고 있어서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좋은 볼거리다. 스파이 액션과 모험물을 결합한 장르 퓨전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며, 첩보원들의 캐릭터나 사용하는 도구 등에서는 기분 좋은 양식미를 발견할 수 있다. 몇몇 장면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초현실적이기 까지 하다. 간헐적으로 던져지는 영국식 건조한 유머는 덤.


배우들의 연기는 과장된 듯 은근히 섬세하다. 80년대의 드라마틱한 연기와는 또 다른 과장됨인데, 다름 아니라 그 레이프 파인스와 우마 서먼, 그리고 숀 코너리잖아. 데려다 놓으면 아무리 각본이 개떡같아도 가진 재능만으로 기본 이상은 하는 장르물 배우들 말이다. 90년대에서 2천년대로 넘어오는 사이 그 과도기의 연기톤이 묻어있어서 재미있다.


원작 TV 시리즈와 연장선상에서 말하자면, 의외의 곳에서 이 시리즈의 흔적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우마 서먼 이전에 원조 엠마 필을 연기했던 다이애나 리그는 얼마 전 까지 [왕좌의 게임]에서 대장부 노익장을 과시하다가 사약에 장렬히 가신 바 있다. 캣수트 입은 섹시한 스파이 설정은 현대의 '블랙 위도우'를 통해서도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으며, [오스틴 파워스] 시리즈는 [007 시리즈]의 오마주로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사실은 이 시리즈를 직접적인 레퍼런스로 삼고 있기도 하다.


레이프 파인스의 시각적 디자인과, 숀 코너리의 캐릭터 설정 등이 결합해 전혀 엉뚱한 작품에서 재해석 되었으니 바로 [가면라이더 W]. 일본 TV 특촬에서 서구 SF 작품들을 오마주인 척 베끼는 일이 현대에도 꽤 잦은 일이긴 한데, 어떻게 이걸 베낄 생각을 다 했을까.





연출 제레미아 S. 체칙
각본 돈 맥퍼슨
원안 시드니 뉴먼 (동명의 시리즈 기획, 19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