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TAS Batman The Animated Series (1992) by 멧가비


팀 버튼 영화 똑같이 디자인된 캐릭터들이, 검은 종이에 그려진 셀화의 마법을 타고, TV를 통해 매주 찾아온다. 목마른 사슴에게 우물을 장기 대여하듯, 팀 버튼 영화의 기묘한 탐미주의의 정체도 채 파악하지 못한채로 그저 홀리듯 경도됐던 그 시절 배트맨 팬보이들에게 마법같은 일이 벌어진다.


명백히, 별개의 작품이지만 별개가 아니다. 이것은 감히 "팀 버튼 월드의 진정한 확장판"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다. 어느 한 편 버릴 수 없는 양질의 에피소드들. 고담 유니버스 캐릭터들에 대한 정성스러운 묘사. 범죄 액션 장르를 과감히 지향하며 성인층을 공략한 묵직하고 세련된 스토리텔링 등이 한 타이틀 안에서 완벽히 실현된 케이스는 배트맨 텍스트의 먼 미래에도 존재하기 힘든 성과다. 뿐만 아니라 아동범죄, 황색 매스미디어, 치안 사각지대 등 도시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담론 역시 놓치지 않고 있으며, 뭣보다 가장 완벽한 배트맨과 가장 완벽한 조커가 있다.


모두 설명하자면 입 아플 정도의 장점들로 무장한 이 시리즈는 배트맨과 고담이라는 소재를 다룸에 있어서 하나의 표준으로 세워진다. 배트맨 사가는 이 작품이 탄생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브루스 팀'의 디자인이 반영된, 아름답다 못해 보는 것만으로 슬프기 까지 한 이 움직이는 펄프지 삽화들은, 애니메이션 미술이 순수 예술과 동일선상에서 평가 받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가장 먼저 재평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 [언브레이커블]에서 사무엘 L. 잭슨이 언성 높여 주장한 "만화 일러스트 예술론"이야 말로 이 작품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더 기가막힌 부분은 이게 한국에 정식 수입 방영됐다는 사실이다. 만화영화는 아이들의 것이라는 편견이 지금보다도 훨씬 아프고 강렬했던 그 90년대에 말이다. 세기의 걸작을 고작 심의 따위에 밀려 묵힐 수는 없다는 현대의 문익점이 그 때 방송국에 있었던 걸까. 아니면 하드보일드 느와르를 꿈나무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전략적 당의정이었을까. 이 물건에 60년대 "아담 웨스트 쇼"의 오프닝을 입혀 내보낼 생각을 한 누군가의 의도가 진짜로는 뭐였든 간에, 팀 버튼을 능가하는 그 괴상망측한 센스에 이제라도 경의를 표한다.


코믹스 한 장 제대로 구해 볼 수 없었던 시대. 소년들을 미국 슈퍼히어로 코믹스와 하드보일드의 시대로 이끈,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와도 같은 작품이었다 총평한다.





연출 - 브루스 팀, 폴 디니
음악 - 대니 엘프먼
디자인 - 브루스 팀, 마이크 미뇰라
배트맨 역 - 케빈 콘로이
조커 역 - 마크 해밀
그레이 고스트 역 - 아담 웨스트
할리 퀸 역 - 알린 소킨


덧글

  • 존다리안 2017/12/17 18:32 #

    이후 출현한 저스티스 리그 애니 역시도 슈퍼히어로 애니의 완성형으로 꼽힙니다.
  • 멧가비 2017/12/17 18:38 #

    네 그러기도 하죠
  • 무지개빛 미카 2017/12/17 18:46 #

    여기서 배트맨 팬들에게 이 애니스리즈 재작진들이 준 소중한 선물이 바로 '할리 퀸'이었습니다. 사실상 할리퀸의 대뷔무대였습니다.

    팀 버튼의 예술성과 배트맨,조커를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애니 재작진들에게 이어져,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명작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죠.
  • 멧가비 2017/12/17 19:23 #

    맞습니다. DC 산하의 OVA 시리즈가 준수한 퀄리티를 늘 유지하는 근본이 여기에 있죠.

    할리퀸은 사실상이 아니고 그냥 데뷔작 맞습니다
  • 니킬 2017/12/17 19:26 #

    한국 방영판을 보면서 원래 주제곡은 이게 아닐거 같은데 과연 어떤 노래일까 궁금해다가, AFKN이었나..에서 보고서 주제곡이 아예 없다는데 놀랐던게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 포스21 2017/12/17 20:45 #

    아 , 이건 아쉽게도 제대로 보질 못했죠. 오히려 이다음 세대? 격인 "더 뱃맨" 애니를 좀 봤습니다. ^^
    이것도 나중에 한번 감상할 수 있음 좋겠는데...
  • 젠카 2017/12/17 23:36 #

    어린 시절 신선한 충격이었죠. 제게 있어 역시 최고의 배트맨은 역시 이 버전입니다.
  • 2017/12/18 03: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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