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Mother! (2017) by 멧가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시나브로 영역을 침입해 들어와 인내심과 삶을 조금씩 파괴하는 침입자들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익히 [퍼니 게임]에서 그러했듯, 신경을 긁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불청객"들의 행동은 대개 끝에 가서는 폭력으로 수렴되고는 한다.


그러나 영화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서술보다는 심상을 위주로, 삶의 어느 한 부분도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서적 고립감. 주인공 "마더"를 괴롭히는 건 이미 타인들의 가족이 된 듯한 남편, 내 편이 없다는 공포다. 가진 것이라고는 감성 밖에 없는 무신경한 인간이 타인을, 타인이어서는 안될 자신의 가족을 어떻게 정서적으로 파괴하는지, 영화는 첨예하게 묘사한다. 아플 정도로 섬세하게.


문득 영화는 2막으로 넘어가며 저의(底意)를 꺼낸다. 특정 누군가에서 불특정 다수로 범인이 교체되는 기괴한 구성. 남편이 심에 담은 감성은 마치 나르시시즘으로 가득찬 종교 지도자의 거짓 권세처럼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마술로 변질된다. 이쯤에서 영화는 종교의 탄생, 흉악한 파괴력에 대해 말한다. 1막의 미친 가족 이야기는, 종교라는 질병이 창궐하기 까지의 과정을 위한 예고편 쯤, 예컨대 휴일 아침 함부로 초인종을 누르는 종교 권유자들 정도의 첨병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 분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그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파괴하고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숭배"라는 변명, "집단"의 철가면을 쓴 모럴 해저드 아래, 정서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타인의 영역에 경계가 없는 것처럼 흙발을 딛는 이들의 광증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그 묘사가 시적이면서도 놀랍도록 유려해서 오히려 폐부를 찌른다. 이것은 지독하게 역겨운 종교화(宗敎畵)의 전시장이요, 인류가 쌓은 지성과 윤리를 재로 만드는 분서갱유 현장의 탐방이다.


그들이 지옥불이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받아야 마땅한 심판의 겁화일 것이다. 지옥이 무서워서 지옥 갈 일을 자행하는 어리석음이라니. 대홍수가 괜히 있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연출 각본 대런 아로노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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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kd637 2017/12/21 06:52 #

    에덴동산, 그리고 아담과 이브의 죄악-첫 살인-대홍수-바벨탑-인간들의 전쟁과 죄악-예수의 탄생과 사망-지옥도-새 창조
    성경 내용을 이렇게 가림없이 만든 영화가 있다는게...

    reddit.com/r/FanTheories/70zsjl
    영어와 은어가 되신다면 앤트맨의 루이스 어투로 읽으시면 정말 재밌는 글입니다. 영화 보고 이 글을 읽으니 무릎을 탁 쳤어요.
  • 멧가비 2017/12/21 15:01 #

    바벨탑 이야기는 확실하게 공감합니다. 안타깝게도 "출애굽"은 하지 못하더군요.

    영문 독해력이 미국 유치원생보다도 못해서 링크는 마음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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