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It (2017) by 멧가비


80년대는 사이버펑크 시대이자 존 휴즈 청춘물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소년들의 시대이기도 했다. 그 시절 소년들은 [구니스], [매드 맥스 3], [E.T.] 등을 통해 서스펜스와 모험에 빠졌는데, 조금 늦은 1990년의 [피의 피에로]도 스티븐 킹의 원작은 80년대의 산물이었다.


평가 받음에 있어서 다소 불리한 지점에 있었을 것이다. 그 스티븐 킹의 소설과 함께 훌륭한 실사화 드라마가 이미 존재하고 있으므로, 비교는 불가피한 일. 이에 영화는 모범 답안을 내놓는다. 과욕을 버린다는 차선의 답.


여러 권으로 구성된 장편 소설을 영화 한 편에 욱여넣지 않기로 한 것은 좋은 선택이다. 물론 스튜디오의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는 반대로 유리한 면도 있던 것이다. 검증된 원작과 선배 실사 작품이 있다는 것이 말이다. 소년들이 도시 괴담에 고통 받다가 공포를 극복하고 정면 대결하는 파트, 그리고 성인이 된 그들이 되살아난 악몽에 맞서기 위해 재집결하는 파트 모두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가졌기 때문에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소년들의 섬세한 심리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분량. 영화는 그것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채운다. 정서의 빈곤함을 물질로 채우려는 시도는 좋지 않은 선택이다. 애초에 장르적 쾌감이 뛰어난 본격 크리처 호러와는 거리가 먼 작품을.


영화는 각자 나름대로의 불우한 환경이나 피할 수 없는 고민들을 안은 소년들이 광대 페니와이즈라는 '부기맨'으로 형상화된, 그러나 사실은 자신의 내면에 도사린 공포와 싸우는 부분에 집중한다. 한국의 소년들 역시 그 시절 '홍콩 할매 귀신'이나 '빨간 마스크' 이야기에 벌벌 떨면서도 그것을 만나면 물리칠 방법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토론을 거쳤던가.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방귀 냄새 가시듯이 성장과 함께 어느새 시나브로 잊어낸 공포를, 저 소년들은 갈 데 까지 가보는 각오로 직접 찾아가 싸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이 이야기가 유년기의 모험과 성공으로 끝나기라도 할 것처럼 페니와이즈를 물리치며 일단락된다. 유년기에 대한 섬세한 통찰이다. 영화의 해피엔딩 아닌 해피엔딩은, 작은 승리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순수한 시절에 대한 자조처럼 느껴져 씁쓸하다.





연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각본 게리 도버먼, 체이스 펄머, 캐리 후쿠나가
원작 스티븐 킹 (동명 소설,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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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와이즈는 역시나 팀 커리를 넘지 못한다. 너무 CG가 매끄럽게 잘 들어가서 오히려 안 무섭네.


덧글

  • akd637 2017/12/24 03:00 #

    저는 솔직히 이 영화가 무섭지 않아서 베벌리를 중심으로 한 로맨스 코미디물로 필터링이 되버렸습니다
  • 멧가비 2017/12/27 16:45 #

    호러일지 로맨스일지 확실히 장르를 정하지 못한 면이 있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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