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 아웃 Get Out (2017) by 멧가비


'인종주의 (racism)'에 대해, 중요하지만 사실은 누구도 미처 하지 않던 이야기. '우월함을 칭송한다'는 궤변 아래에 있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는 타자에 대해 선입견을 덧씌우고 일종의 캐릭터화, 대상화 하는 역차별이 숨어있다는 사실. 배타성이나 차별보다 더 끔찍한 '물신숭배(Fetischismus)'에 관한 이야기다.


통념적인 인종차별은 나와 다른 인종에 대한 멸시와 배타성을 근간으로 하는데, 타 인종의 물신화는 그보다 덜 끔찍하지 않다. 약해서 짓밟는 게 아닌, 우월한 무언가를 빼앗고 소유한다는 개념. 이 영화에서 부자 백인들의 물신숭배는 아프리카계들을 사적 소유 가능한 "물건" 쯤으로 바라본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근대 까지 존재했던 노예제의 근본 관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영화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물건으로 바라보는 "관점"만이 아닌, 최면술을 통해 정말로 물건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버린다는 구체적인 가정을 보탠다.


이것은 한국에서도 언젠가부터 무신경하게 사용하던 '흑형'이라는 은어와도 깊게 상통하는 개념이다. 친근한 태도를 가장하고 애칭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새로운 형태의 조롱이다. 어쨌든 누군가를 차별하고 경계선을 긋고 싶어하는 질병적 습성이, 인종주의를 광장에 세워 채찍질하고 서로가 단속하는 시대에 맞게 "아닌 척" 진화한 것이다. 흑형이라는 단어를 쓰는 우리조차도 그들의 앞마당에서는 '커라티 맨', '잭키 챈' 따위의 조롱 섞인 애칭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은 외면한 채 말이다.


[Key & Peele] 시리즈로 유명한 조던 필리가 코미디 스케치들로, 해학의 당의정을 입혀 선보였던 자조가 은유적으로 그러나 적나라하게 공론화 된 느낌이다. 이제 그의 코미디를 보면서 전처럼 웃을 수 있을까.





연출 각본 조던 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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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프리카계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 마다, 정작 그 아프리카계들도 아시안들을 차별한다는 걸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생각이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