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 Hook (1991) by 멧가비


2차 창작의 묘미는 원본의 가장 근간이 되는 설정을 파괴하는 데에 있다. 영원히 어린이었어야 할 피터가 어른이 된 이후라는 설정은 사실은 [피터 팬]을 보고 자란 어린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 번 쯤은 상상해봄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속 피터의 삶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나 정서는 메말라있다. 일하느라 돌보지 않는 어른, 80년대를 벗어나던 그 시절 미국의 백인 중산층 이상 가정들이 안고 있던 고민이기도 하다. 방치되는 아동에 대한 문제 제기는 [나 홀로 집에]와도 상통한다.


영화는 어른들이 꿈을 잃은 것을 지적한다. 나이브하지만 영화의 주 관람층인 연령대에게는 호소력 있다. 피터 배닝이 된 왕년의 피터 팬은 나이를 먹고 배 나온 중년이 되면서 그만큼 사회에서는 자기 위치를 확보한 사회인이 됐지만 오히려 네버랜드에서는 딱 그만큼 무능한 퇴물이다. 자의와 타의로 현실의 때를 몸에 묻혀가며 물리적으로 사이즈를 늘리기 이전에 중요한 가치를 잃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 만물을 경험하는 것 만큼 새로운 것에 대한 감격과 탐구심을 잃어간다. 현실의 삶에서 말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흥미를 느끼는 것들을 점점 줄여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삶이 목적지향적으로 셋팅되어가기 때문이다. 네버랜드라는, 결과와 목적이 없이 과정만 있는 판타지의 공간은 그래서 성인 관객의 눈엔 역설적으로 슬픈 곳이다. 한 번도 존재한 적 없었던 노스텔지어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성인이 될 소년층에게 가치있는 이야기를 해 주는 영화이지만 이면에는 공허한 낭만주의 역시 곳곳에 깔려있다. 그런가하면 아이들을 직접 출연시키는 영화임에도 정서적 폭력이 가득하다. 피터의 딸 매기는 후크 선장을 보며 "엄마가 없어서 저렇게 됐다"는 말을 남긴다. 살면서 기억하는 것 중 가장 불쾌하고 소름끼치는 영화 대사다.


스필버그 영화 중에서는 대단한 야심은 없는 소품. 각자의 분량 차이는 있지만 로빈 윌리엄스, 더스틴 호프먼, 줄리아 로버츠, 매기 스미스, 밥 호스킨스 등 아동 영화에 나오기엔 (좋은 의미로) 지나치게 호화로운 캐스팅. 걸출한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호연은, 이미 저 멀리 판타지인 원작을 황당무계하게 한 번 더 비튼 영화에 존재감을 부여한다.





연출 스티븐 스필버그
각본 제임스 V. 하트, Malia Scotch Marmo
원작 제임스 매슈 배리 (극본 [자라지 않는 아이] Peter Pan; or, the Boy Who Wouldn't Grow Up,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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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격인 [피터 팬]은 [오즈의 마법사]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정도는 아니어도, 나름대로 "이세계 전이물"의 조상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요즘 라이트 노벨 풍으로 제목 지으면,

"전생을 안 해서 중년인 채로 이세계에 가버린 건" 정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