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2017) by 멧가비


공소시효 만료된 연쇄살인. 병수는 자신의 흉악한 과거를 물리적으로 완벽히 묻음과 동시에 치매라는 질병으로 인해 기억의 영역에서도 묻게 된다. 살인자의 과거와 완벽히 단절되려는 병수를 도발하는 또 다른 살인자 태주.


병수에게 주어진 게임은 공정하지 못하다. 치매는 병수의 패를 상대에게 모두 보여주고 시작하게 만드는 페널티로 작용한다. 관객으로부터도 신뢰받지 못한다. 저 모든 과정이 사실 치매로 인한 망상이진 않을까,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공통된 한 가지 의혹을 떠올리게끔 유도한다. 그리고 당사자인 병수 역시 같은 의문에 빠진다.


점차 다가오는 치매와 싸우는, 자신의 손으로 딸을 죽일지 모른다는 내면의 공포와 싸우는 이야기. 이 과정에서 영화의 호흡은 이따금 환기되며 스릴러와 코미디가 적절히 교환된다. 연출과 연기의 앙상블이 좋다. 영화관에서 문득 정신 차리는 장면, 페트병에 든 그것을 마시는 장면은 원초적이지만 타이밍 좋은 블랙 유머다.


이 지점에서 관객은 그나마의 명분과 기묘한 캐릭터의 병수를 동정하고 응원하게 된다. 병수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의 인물이기를 관객도 바라게 된다. 게임은 병수와 태주의 것만이 아니라, 영화와 관객의 것으로 확장된다.


그저 누가 진짜 나쁜 놈이었냐의 여부 뿐, 결말은 어느 쪽이든 뻔할 수 밖에 없는 설계. 차라리 그 과정이 더 흥미로운 점은 극장판과 감독판 모두 동일하다. 까놓고 말해, 설현이 몸에 기스 내는 놈이 나쁜 놈이지.





연출 원신연
각본 황조윤
원작 김영하 (동명 소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