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맨 오브 ウルトラマンオーブ (2016) by 멧가비


TV판 본편으로는 최초로, 드디어 방위대 설정에서 완벽히 벗어난 주인공. 쿠레나이 가이는 폼나게 하모니카를 불며 방랑하는 서부극의 주인공이다. 우연히 울트라맨과 조우해 일체화하던 전통의 설정 대신, 신탁을 받듯 울트라맨이 된 "chosen one"의 설정. 이는 주술적인 면이 있었던 [울트라맨 긴가]의 초반 설정을 일부 계승했을 것이다.


마냥 휴머니스트이지만은 않은, 에고이스트 타입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도 울트라 시리즈에선 이례적이다. 이미 별개의 인격으로 존재하는 울트라맨과 일체화하는 대신 추상적인 힘을 얻어 그 스스로 울트라맨이 된 설정은, 평범한 크립토니안이었으나 지구와 노란 태양이라는 환경에 의해 초인의 힘을 얻은 슈퍼맨의 설정과도 유사하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 [슈퍼맨 3]의 도입부를 오마주한 장면도 있다. 쿠레나이 가이는 여러 부분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다량 보유한 인물이다. 손 꼽을 정도의 미남인 점 역시.


퓨전이라는 소재의 도입 역시 [울트라맨 긴가]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전통인데, 본작에서는 이를 기본 변신 형태로 본격 정착 시킨다. 마치 [드래곤볼]의 퓨전을 연상시키는 설정인데, 그 드래곤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쇼와 시대의 초기 울트라 시리즈인 점을 감안하면 장르 역사 속에서 모티브의 상호 교환이라 할 수 있겠다.


울트라맨 베리알의 힘을 '퓨전 업'의 재료로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 소년 만화 등에서는 이미 클리셰인 '폭주'라는 개념을 울트라 시리즈에서 드디어 끌어들인다. 시대의 흐름에 의해 점차 완고해진 심의 기준에 맞추다보니 눈에 띄게 건전해진 시리즈의 성향. 그 와중에 폭주라는 소재는 잊고 있었던 쇼와 시대의 폭력적인 테이스트를 조금이나마 재현한다.


가이의 상대역 유메노 나오미와 팀 SSP는 더 거슬러 올라가 [울트라 Q]에 뿌리를 두었음을 알 수 있다. 가이와 나오미의 관계는 마치 울트라 세븐과 유리 안느의 애틋한 로맨스를 연상시킨다. 디테일하게는 등장 괴수의 면면이나 각 에피소드의 부제까지, 고전 레퍼런스를 충실히 유용함으로써 파격적인 새 설정들과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는 가이의 라이벌이자 안티테제인 저글러스 저글러. 토에이 특촬에 나올 법한, 울트라 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라이벌 타입의 괴인이다. 가이에 대한 적대감으로 호전성을 드러내지만 그 이면에 있는 뿌리깊은 분노와 열등의식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저글러라는 캐릭터는 단순 악당 이상의 다면적인 매력을 확보한다. 가이와 저글러가 부딪히는 장면들을 기준으로 하면 드라마의 장르가 모호해질 정도로 섬세한 브로맨스가 플롯에 담겨 있다.


최후반 클라이막스, 저글러가 퇴장하면서 [블레이드 러너]를 오마주하는 씬은, 너무 대놓고라서 웃음이 나오다가도 그 타이밍과 캐릭터성이 절묘하게 적절한 느낌이 들어 새삼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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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7/12/31 02:54 #

    추상적인 힘을 얻어 스스로 울트라맨이 되는 패턴은 울트라맨 다이나가 최초라고 보지만 말씀대로 우연히 만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시험을 거쳐 선택된다는 점에선 이쪽이 더 완성된 형태라 할 수 있죠.

    쟈그라는 확실히 재미나는 캐릭터이긴 한데 이놈이 순전히 가이한테 주목받고 싶어서 저지른 짓과 그 때문에 생긴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너무 쉽게 용서한거 아닌가 뭐 그런 불만도(...)
  • 멧가비 2018/01/02 15:05 #

    그런 면에서 저글러는 울트라 시리즈의 베지터 같은 녀석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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