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가이 The Cable Guy (1996) by 멧가비


90년대, 바야흐로 케이블 방송의 황금기다. "바보상자"라는 멸칭은 케이블 붐에 탐닉하기 시작하던 그 시절 TV 정키들을 위해 미리 존재했던 것 마냥 예언적이다. 정보 처리의 기술적 진보는 물론 양적 확장이 특히나 폭발력을 갖기 시작한 시대의 산물 같은 영화.


우유부단한 주인공 스티븐은 공짜 케이블 한 번 보려다가 소시오패스 괴물 "케이블 가이"를 삶에 끌어들이는 실수를 저지른다. 대머리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만 만만찮게 끔찍하다. 보고 들을 것 많아지면 그저 막연히 삶이 즐겁고 풍요로워질 줄만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비판적 은유가 담긴다. 스티븐은 그렇게 케이블 가이의 도발적이고 흉악하며 의뭉스러운 꿍꿍이에 말려들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대목에서 짐 캐리의 신경쇠약적인 소시오패스 연기에 불이 붙는다. 억울한 리액션의 매튜 브로데릭도 빼 놓을 수 없다.


짐 캐리의 코믹한 듯 서늘하게 날이 벼려진 연기는, 영화를 마치 슬래셔 호러처럼, 혹은 우울한 사이버펑크처럼 혼동하게 만드는 마력을 뽐낸다. 짐 캐리가 가졌던 캐릭터 중 최고는 아니나 'Only one'이라고는 단언하겠다. 광기와 페이소스의 혼합비가 절륜하다. 영화 자체도 보편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서술되거니와, 헐리웃 코미디의 가장 뜨거운 강자로 부상하던 짐 캐리에게 기대했던 이미지 카피를 배신하는 묘한 테이스트의 영화라, 오히려 당시에 평가절하된 면이 있다.


그 케이블 가이가 2천 10년대 현재 네트워크에 병적으로 의존하는 시대상을 목격한다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적응할지가 궁금하다.





연출 벤 스틸러
각본 루 홀츠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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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는 기괴한 컨셉의 사이버펑크 악당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가능성"은" 있었다는 말이다. 짐 캐리의 리들러는 여러가지 의미로 짐 캐리다. 좋게 보면 [케이블 가이]가 다크사이드에 빠져 타락한 버전 같기도 한데, 좋게 안 보면 그냥 언제나의 짐 캐리다. 특히 웨인 저택 습격 시퀀스에서는 저게 [에이스 벤추라]였던가 아니면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