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 by 멧가비


유인원이 허공에 던진 짐승의 뼈가 우주선으로 넘어가는 매치컷으로 유명하다. 우주라는 억겁과 무한함의 시공간에서 인류의 발전사란 그렇게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작아지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데 그게 불쾌하지 않은 영화.


HAL과의 대결을 끝으로 인류의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주인공. 이 지점에 개인적인 가장 궁금한 의문이 있다. 영화 속 어딘가 존재하는 우주적 존재(그것이 모노리스이든 아니든)의 판단으로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이 자신만의 논리의 자의식으로 인간을 역습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 현생 인류의 최종 단계라고 상정한 것일까. 아니면 피조물에게 압도당한 시점에서 이미 현생 인류의 가능성이 바닥나고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뜻일까.


어느 쪽이든, 우주적 기운이 작용해 인류를 "다음 단계"로 넘겼다는 건, 지금의 인류 스스로 발전하고 진보할 수 있는 최종점에 도달했다는 뜻이긴 하다. 68년 영화이지만 곧 2020년을 바라보는 현재를 바라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술적 특이점에 선 현재, 인류는 단순 물리적 테크놀러지가 아닌, 본질적인 진보의 여지를 얼마나 더 남겨두고 있을지.



시대를 앞선 컴퓨터 인터페이스와 우주 공간에 대한 섬세한 고증, 디테일과 모더니즘, 미니멀리즘 등 미학에 대한 칭찬을 시작하면 입이 아플 정도이거니와 이미 검증이 끝난 영화이니만큼 단순한 찬양은 무의미할 것이다. 교양과목 수업 듣는 듯,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난해한 것도 사실.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게 불가능한 영화인 이유는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열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우아하지만 난해한 "추상시(Abstract Poetry)"에 가깝다. 추상화가가 무대만한 큰 캔버스에 거대한 붓으로 이리저리 휘젓는 퍼포먼스를 눈 앞에서 라이브로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시스의 복수]에서 팰퍼틴이 관람하던 우주 오페라가 이런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극장 영화의 형식을 한 종합적 추상 예술로 접근해야 한다. 극장 영화로서는 더럽게 재미 없지만, 후대의 문학과 예술에 끼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영화라기 보다는 두 시간 반 짜리 거대한 영감 그 자체다. 영화면 다 같은 영화지 평가에 있어 특별 대우가 가당하겠냐만, 오랜 영화사에 예외를 적용해도 될 단 몇 자리만 내어준다면 그 중 하나는 반드시 이 영화의 자리일 것이다.






연출 스탠리 큐브릭
각본 스탠리 큐브릭, 아서 C. 클라크
원작 스탠리 큐브릭, 아서 C. 클라크 (단편 소설 The Sentinel,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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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7/12/31 00:01 #

    원안에 해당하는 단편 '파수꾼'이 사실상 모노리스(에 해당하는 월면물체)가 인류발전을 감지하고 우주로 신호를 보낸다~에서 끝나는터라 '용케도 이런 자잘한 모티브로 저렇게 장대한 뻥을 칠 생각을 했군'이란 느낌이 듭니다. 영화가 시라면 클라크옹의 소설판은 보다 산문에 가깝긴 한데 서로를 보완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선 꽤 흥미로운 미디어믹스의 효시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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