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 히비키 仮面ライダー響鬼 (2005) by 멧가비


[가면라이더 류우키]가 시리즈가 나아갈 저변과 장르의 폭을 넓히는 데에 일조했다면, 본작은 '가면라이더'라는 존재 자체에 부여되는 설정과 양식미의 한계 자체를 파괴. 이제 '가면라이더'는 그저 매주 같은 시간 방영되는 토에이 특촬 히어로물의 통칭일 뿐, 그 제목 안에는 어떠한 틀도 없을 것이라는 선언과도 같다.


가면라이더 시리즈가 대체적으로 성인 시청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소재와 전개를 차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본작은 전혀 다른 의미로 성인 시청자에 특화된 면이 있다. 이 드라마의 주요 테마는 요괴 퇴치 따위가 아닌, '아이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줘야 하는지'에 대한 탐구와 성찰로 구성된다.


히비키는 가면 쓴 영웅, 비극의 주인공 보다는 롤 모델로서의 건강한 유형의 인물이다. 실질적 주인공(이었던) 아다치 아스무 소년의 곁에 존재하는 "어른"으로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듣고 비웃는 대신 진지하게 공감해주며 독려해주는 "선배"인 것이다. 히비키만이 아니라, 화과자점 '타치바나'를 중심으로 등장하는 비밀 조직 '타케시'의 사람들 모두가 이상적인 어른 상을 대변한다. 마음이 맑은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며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흐름이 본작의 분위기를 맑고 기분 좋게 만든다. 초록이 우거진 산천을 누비며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하고 일손(마화망 퇴치)을 거드는 모습에서는 어느 농경사회의 모범적인 청년 단체를 보는 기분도 든다.


이는 가면라이더 시리즈 최초로 가면라이더 본인이 아닌, 관찰자가 주인공인 이례적 형식에서 오는 특성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바로 전 해, [울트라맨 넥서스] 역시 관찰자가 주인공인 성장담을 다룬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시리즈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하고.


변태적 장인정신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타카데라 시게노리'가 참여한 두 개의 가면라이더 작품 중 마지막이다. [가면라이더 쿠우가]와 마찬가지로 리얼한 시공간 개념이 도입되어, 요괴(마화망)이 출몰해도 라이더(오니)가 사건 현장에 즉시 도착하지 못함으로 인해 희생자가 발생하는 연출이 많다. 쿠우가 혼자라는 점, 그리고 경찰의 관할 문제라는 것이 장치로 작용했던 것을 변주해, 본작의 오니들은 서로 담당 지역이라는 개념으로 활동하게 설정된다.


더불어 오니라는 이름의 직업 가면라이더들이 소속된 '타케시' 조직의 내부 활동 묘사도 상당히 디테일하다. 관할 지역에서 제보를 입수하면 인사 발령과 함께 출동. 지역에 도착하면 캠프에서 잠복하며 임무를 완수하면 기록을 작성하고 상부에 보고한 뒤 장비를 점검한다. 디테일 변태의 두 번째 라이더 세계관은 시공간의 리얼리즘 뿐만이 아니라 조직의 관료적 체계까지 놓치지 않는다.


타카데라가 강판되어, 팬들로부터는 '시즌 2'혹은 아예 없는 작품 취급 받는 후반부, 즉 30화 이후부터는 역시나 세부 묘사가 모두 날아감은 물론이요 사건 현장에는 관할이고 뭐고 없이 히비키, 잔키, 이부키가 당연한 한 팀처럼 나란히 등장하게 된다. "시즌 2"는 단지 의미 없는 갈등을 끼워 넣고 이야기를 파행으로 몰아가는 점만이 아니라, 이러한 물리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아쉽다. 퇴마 본업도 바쁜 히비키가 왜 찻집에서 테이블을 닦고 앉았냐고.



덧글

  • 니킬 2018/01/02 14:37 #

    제작진 교체 전후의 작품 분위기가 바뀐걸 보면 마치 감자탕집에 갔더니 감자튀김이 나오는 것 처럼 이질적인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특촬팬들 중에선 전반부 분위기를 싫어하고 바뀐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않고, 교체로 들어온 시라쿠라나 이노우에도 ‘원래의 가면라이더 히비키의 후반 전개’를 타카데라가 구상했던 것과 거의 비슷하게 생각했으면서도 결국 저런 식으로 만들게된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면 참 복잡한 기분이 들더군요.;;;
  • 멧가비 2018/01/02 15:08 #

    퀄리티와 이질감이 문제였지, 사실 히비키는 후반부가 더 가면라이더 전통적인 플롯에 가깝긴 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요 인물의 사망이라던가 라이더간의 갈등 같은 요소가 전부 그 후반부에 몰려있으니까요.
    조바심내지 말고 한 번 쯤은 그냥 파격적인 걸 끝까지 밀어부쳤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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