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맨 넥서스 ウルトラマンネクサス (2004) by 멧가비


어린이 TV 특촬의 선구자이면서도 동시에 작품 내에서 늘 인간의 어두운 단면을 섬세하게 고찰하거나 아예 본격 괴기 드라마들을 꾸준히 만들어온 츠부라야의 (여러가지 의미로) "정신나간" 성향은 이미 유명하다. 누군가가 그 미친 성향을 극단적으로 밀어부친 울트라맨 본편을 아이디어로 제시했을 거라는 점도 무섭고, 그걸 승인한 수뇌부도 제정신은 아니었을 것이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간단히 말하자면 초대 [울트라맨]의 '고향은 지구' 에피소드의 정신소모적인 테이스트를 작품 전체로 확장한 느낌.


영웅의 처참한 패배, 식인, 음모이론, 인체실험 등 울트라맨 시리즈를 보고 자란 어른이 떠올릴 수 있는 "2차 창작"적 비뚤어진 상상력을 다 때려부으면 이런 작품이 나올 것이다. 특히 '스페이스 비스트'는 시리즈 최초의 본격 식인 괴수. 어린이 아침 프로에 사람을 잡아먹는 장면을 직접 보여준다는 발상도 충격적이지만, 저 흉측한 괴물들을 팔겠다고 피규어로 만들어서 전시했을 츠부라야 프로의 감각이 더 기괴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식인 괴수 따위는 보통의 조무래기. '어둠의 거인'들이 무서운 건 사람의 심리적 취약함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마음과 정신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역시나 그에 맞춰 연출 방향도 심리 스릴러풍으로 음산하다. 다시 말하지만 주말 아침에 눈 비비면서 TV 앞에 앉을 아이들이 이걸 좋아했을 거라고, 부모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을 거라고 생각한 츠부라야의 감각이 끝판왕.


본작의 울트라맨 '넥서스'는 멋지게 지구를 지키는 빛의 거인이라기 보다는 "대신 맞아주는" 살아있는 샌드백에 가깝다. 굳이 비교하자면 [가면라이더 류우키]의 아키야마 렌을 울트라맨화 하면 이렇게 될까. 처절하게 얻어터지고 고통받음으로써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모습에서는 마지막 가부장 세대 노동자 계급 가장들의 애환이 떠오르기도 한다.


전작들에서도 일정 부분은 전통적으로 인간의 어둠에 대해 다뤘지만 대개의 경우 그 대상이 괴수나 외계인과 관련되는 등 철저히 '객체'로서만 다뤄졌던 데에 비해, 넥서스는 빛이 곧 어둠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에 있어서 듀나미스트들의 타락, 어둠의 거인이라는 설정과 소재를 각각 채용함으로써 추상적인 메시지를 작품에 걸맞는 방식으로 구체화한다.


저연령 TV 특촬로서는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될 '데미지 누적'이라는 쓸 데 없는 디테일이 적용되어, 변신 히어로인 주제에 점점 강해지기는 커녕 싸울수록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나가는 초유의 전개가 진행된다. 앞서 언급했듯 정신적으로 파고드는 데미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오히려 블랙기업 같은 방위대에서 눈칫밥이나 먹으면서도, 그 이전에 비극이라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초현실적으로 파국을 맞은 연애의 당사자임에도 끝까지 건강한 정신을 유지한 주인공 코몬 카즈키가 대단해 보일 지경이다.


물리적인 의미로 자기 생명을 깎아가며 싸우는 울트라맨, 이라는 설정도 이례적이지만 '메타필드'라는 일종의 가상공간을 형성해 싸우는 설정 역시 시리즈 내에 전무후무하다. 시가전을 연출하려면 미니어처의 파괴가 거의 필수적으로 따라붙는데, 돈 잡아먹는 미니어처를 때려부수는 대신 예산의 빈곤함을 아이디어로 커버한 점은 역시 썩어도 준치인 특촬 명가의 노하우라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 츠부라야 에이지는 일찌기 "특촬은 가난에서 태어난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넥서스라는 울트라맨의 인격은 거의 배제되고 그저 선택받는 자가 뽑는 엑스칼리버처럼 묘사되는 점은 이후 [울트라맨 오브]로 계승되기도 한다. 주인공이 울트라맨이 아닌 제 3의 관찰자라는 점 역시 시리즈에선 전에 없던 설정인데, 공교롭게도 다음 해에 가면라이더 시리즈에는 [히비키]가 전파를 탄다.


커피로 치면 에스프레소 이상으로 쓰기만 한 이런 기괴한 작품을 만드는데도 감독이든 각본가든 누구 하나 강판 시켰다는 얘기 없이 조기 종영의 순간까지 밀어부친 이상한 작가주의. 그들에게는 전혀 무모한 시도나 실험 같은 게 아니었다는 거겠지. 뻔뻔하게 굿즈샵 진열장에 세워졌을 식인 괴수 피규어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호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