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401 USS Callister by 멧가비


눈을 끄는 건 서술 기법에 사용된 트릭. 로버트 데일리, 정서적 복수를 꿈꾸는 억압된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변태적 욕망과 뒤틀린 앙심으로 가득한 전뇌공간의 마왕이었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데일리는 단지 주체에서 객체로의 역할 교체를 넘어, 작품이 논하는 문제의식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일종의 우화다. 네트워크 영역에서 만나고 부딪히는 타인들, 그들 모두가 인격체임을 잊지 말라는 어쩌면 고색창연한 메시지다. 특히 작품에 따르자면, 무감각한 'cyber bullying'이 누군가에게는 실제로 파괴력을 갖는 고문일 수 있다는 것. 주제의식을 뒷받침 하기 위해 데일리의 캐릭터 묘사에 공이 들여진다.


웹 은어 중에 "방구석 여포"라는 말이 있다. 물론 일본의 '우치벤케이(内弁慶)'가 한국식으로 변형된 말일텐데, 처음 들었을 때 그 못되고 세련된 조어 감각에 탄복한 기억이 있다. 작품 속 데일리에게 적용하면 특히 그럴싸한 말이다. 네트워크 공간에서 하듯이 현실에서도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굴면 자아가 억눌리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앙심을 품을 일이 훨씬 줄어든다. 해야될 말을 하는 용기를 내는 대신, 약자를 설정해 마음의 어둠을 쏟아 붓는 데일리. 작중에서는 그 대상이 자아를 가졌을 뿐 그저 데이터 덩어리인 아바타였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작은 동물일 수도, 혹은 사람일 수도 있다. 이미 데일리부터가 그것들을 거의 인간 대신으로 상정하고 있기도 하고.
(그렇다. "그저 데이터 덩어리"라는 표현을 쓴 건, 아바타가 인간과 같은 자아를 가졌다면 어디까지 윤리관이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작품의 장르적 속도감에 밀려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미 [크리스마스 스페셜]에서 한 번 써먹은 것이기도 하니 반복할 필요는 없지만.)


뒤틀린 인간의 민낯을 드러냄에 있어서 그 캐릭터를 고전 취향 팝컬처 기크와 동일시하는 게 섬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현실반영이라 할 수 있겠다. 좋은 건 혼자 보지 말고, 적당히 보고, 현실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어울리든 사귀든 싸우든 말이다.


본편의 감독을 맡은 토비 헤인스는 [닥터 후]에서 내가 손 꼽는 명 에피소드들을 연출한 바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꽤 적성이 있는 듯 하다.





연출 토비 헤인스 (닥터 후 512, 513, A Christmas Carol, 601, 602)
각본 찰리 브루커, 윌리엄 브리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