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402 아크앤젤 Arkangel by 멧가비


아이를 잃어버렸던 엄마의 트라우마는 그로 하여금 그릇된 선택을 하게 만들고,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결국 자식을 영영 잃고 만다는 내용의 패러독스 부조리극. 엄마는 딸에 대한 사랑만큼 어리석었으며, 딸은 엄마의 어리석은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호기심이 왕성했다.


작중 등장하는 '아크엔젤' 서비스는 [당신의 모든 삶]과 [화이트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의 소재를 적절히 혼합한 것인데, 좋게 말하면 보호 차원이요 까놓고 말하면 감시 체제다. 자식의 시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때로는 부모의 의지로 자식이 봐도 될 것과 안 될 것을 취사 선택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자식은 공포와 혐오감 등 인간이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부정적인 정서들을 체험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신체로 따지면 통각이 마비된 상태로 자라는 셈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느끼고 배워야 할 것들을 마치 댐이 터지듯이 체험해, 하이틴으로 자랄 때 까지 나이에 맞는 분별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자라게 된 것이 그 결과. 지나친 검열은 오히려 책임감과 신중함을 모른 채 호기심과 즉흥성만을 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작품의 플롯을 뒤집어 생각하면, 정작 그 부모가 자식을 기름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느끼게 되는 불안, 애틋함, 실망 등의 정서를 겁내고 회피하는 것이다. 위험한 것, 피해야 할 것을 가르쳐주고 실패를 극복하게 이끌어 주는 등 대화를 통해 부모자식이 유대감을 형성하며 같이 해결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그저 대신 해결해주고 미리 막아줌으로써 아이의 판단력이 성장할 가능성 마저 사전에 차단해 버리는 것.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성숙해지지 못하는 비극을 낳는다.


조디 포스터가 감독을 맡았다. 연출은 좋았으나 각본이 멍청하다. 저 '아크엔젤'을 좋은 생각일 거라 생각하고 만든 인간이나 그걸 덥썩 승락한 부모나, 발단이 된 상상력 자체가 너무 어리석어서 진지하게 감상하긴 힘들다. 이미 시즌3부터 아이디어 고갈의 기색이 역력했는데, 찰리 브루커 혼자 모든 각본을 쓰기엔 이제 역부족이 아닌가.





연출 조디 포스터
각본 찰리 브루커


덧글

  • 남채화 2018/01/03 18:12 #

    예고편만 봐서는[ 아크엔젤 서비스가 좋은 생각이다 ]라는 세상이 온것 자체가 블랙미러 스러운거라고 생각했는데....
  • 멧가비 2018/06/21 01:41 #

    아크앤젤 서비스는 단편적인 설명만 들어도 이상한데, 그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전 받아들이질 못하겠더군요. 일장일단이 있음을채관객에게 설득시키지 못하니까 극중 인물이 필요 이상으로 멍청해 보이고, 덕분에 극 자체가 진지하게 보이질 않았어요.
  • 남촌 2018/06/20 21:54 #

    현실엔 안아키같은 사람들도 있으니 안아키 엄마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라고 하면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작중에서 애들이 주인공 딸을 따돌리는 것만 봐도 아크엔젤 서비스를 받은 아이들이 소수인 것 같고요
  • 멧가비 2018/06/21 01:42 #

    방법론에서는 정반대지만 사이비 육아학에서 시작했다는 점은 일맥상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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