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403 악어 Crocodile by 멧가비


스포일러

작중 등장하는 '리콜러'는 일종의 상호 감시체제다. 인간의 눈과 기억을 마치 공공 보안 카메라처럼 이용하는 기술인데, 단순한 보험 조사인이 경찰의 권한을 일부 위임받아 사건 목격자들의 기억을 들춰보는 것이 법적으로 강제된다는 설정.


인적없는 새벽 골목에서 멍하니 담배를 피우다가 문득 오싹함을 느낀 기억이 있다. 눈여겨 보지 않았던 집 근처 주차장 누군가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나를 찍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다. 혹시나 괴상한 표정을 지었거나 바지 속에 손을 넣어 긁적거리진 않았던가, 하며 보이지 않는 눈동자들 사이에 서서 공포를 느끼곤 한다. 작중 세계관은 그것을 조금 더 구체화한 디스토피아.


카메라에 무기질적으로 녹화된 영상이 아닌, 내가 눈으로 본 모든 기억이 법의 지배를 받으며 그것을 임의로 취사 선택 삭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감시 당하는 사람을 넘어 감시하는 자들의 인권조차 서로가 침해하는 세상의 악몽이다. 훔쳐보는 자가 위기에 빠진다! 이것은 히치콕 [이창]의 변주이기도 하다.


현실을 바탕으로 가치평가 하자면, 내가 모르는 새에 감시 당하기도 하지만 내가 어딘가에 돈을 흘려도 그것이 내 손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진 세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인체 보안 시스템에 일말의 장점이 있다고 위안해도 될까.


주인공 미아 놀런은 뺑소니 살인 과거를 감춘 인물. 단 한 번의 살인으로 끝낼 수 있었던 그녀의 삶을 연쇄살인자로 만든 것은 초월적 감시체제의 부작용인가, 아니면 오래 전의 범죄마저도 끝내 파헤쳐내 범인을 체포할 수 있게 만든 반인륜적 감시체제의 쾌거일까.





연출 존 힐코트 (더 로드)
각본 찰리 브루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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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아논 Anon (2018) 2018-05-20 11:33:32 #

    ... 살아가는 삶의 한 부분이 심각하게 파괴되거나 소멸한 이후일 것이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비관적 SF 드라마 시리즈인 [블랙 미러]의 [당신의 모든 삶]과 [악어] 에피소드에서는 이미 시각 정보의 기록과 제공 의미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과 모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 영화는 더 나아가, 맨 눈을 대체하는 이른바 '심 ... more



비정기 한 마디

"다시 보고싶다 오렌지캬라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