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맨 뫼비우스 ウルトラマンメビウス (2006) by 멧가비


헤이세이 2기 쯤 되는 '하이 컨셉' 시리즈의 최종장. 또한 오랜만에 돌아온 정통 '빛의 나라 세계관' 작품이자 동시에 츠부라야 프로덕션의 마지막 4쿨 풀타임 분량의 TV판 본편 작품이다. 즉 쇼와의 '울트라 형제'의 정통성을 잇는 후속작으로서는 현재까지 이쪽이 최종화인 셈. 더불어 울트라맨 제로가 등장하기 직전의 작품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세대 구분의 분기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공존의 코스모스, 트라우마의 넥서스, 해학의 맥스 등 '하이 컨셉' 전작들이 시리즈 본령에서 잠시 벗어나 각각의 특성을 뽐냈다면, 그 최종장인 본작은 거인과 인간이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을 공들여 묘사하고 그 결말에 이르러서는 힙을 합쳐 절대악에 대항하는 왕도적 전개로 원점회귀한다.  더불어 인간 주인공이 일체화 등을 거치지 않은 울트라맨 본인이라는 설정 역시 오랜만에 컴백. 이역만리 타향살이 설움에 우는 울트라맨이라는 점에서는 어쩌면 [울트라맨 레오]의 적자(嫡子)와도 같다.


꿈과 공존을 논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알고 보면 방위대의 현장 요원 대부분이 경험 일천의 초짜. 즉, 여느 방위대보다 목숨을 내놓은 채로 아슬아슬하게 최전선에 서는 셈이다. 그런가하면 결정적인 순간에는 뫼비우스에게 넘기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 본작에서 거듭 강조되는 "지구는 우리 스스로가 지킨다"는 캐치프레이즈의 숨은 의미는, 지구를 지켜줄 뫼비우스를 더 이상 갈구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다. 그래도 갈굴 일 생기면 계속 갈구지만.


방위대원들이 막연하게 방위대 일을 하는 대신 각자의 자아실현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은 좋다. 어린이 프로그램으로서의 귀감이 될만 하고, 세계를 지키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라는 점도 친근하다. 다만 그들이 근무하는 직장 환경이라는 것이 문제. 본작의 방위대 GUYS는, [울트라맨 타로]의 ZAT처럼 친목 동아리의 훈훈함으로 가득 하다가도, [울트라맨 넥서스]의 TLT처럼 숨도 안 쉬어지는 삭막한 곳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무능한데 뻔뻔하고 처세에만 관심 있는 중간 관리자의 존재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이 드라마에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


뫼비우스는 헤이세이 시리즈 사상 가장 불쌍한 주인공이다. 원체도 약해 빠진데다가 판단력도 자주 미스를 내지만 어찌 그를 탓하랴. 이제 막 부임한 관할에 대선배들이 줄줄이 와서 훈수 두고 갈구니 잘 되던 것도 당연히 안 되지. 덴데가 뭐만 하려고 하면 피콜로가 째려보고 갈구는 격이다.


한 술 더 떠서, 정체가 밝혀진 이후로는 외국인 노동자 특혜는 커녕 연봉 협상도 없이 노동 강도만 높아진다. 사회생활 하면서 특기를 경솔하게 드러내면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


헌터 나이트 츠루기라는 이름으로 먼저 등장한 '울트라맨 히카리'는 [울트라맨 가이아]의 '아굴'을 잇는 서브 울트라맨이자 최초로 소개된 빛의 나라 푸른 울트라맨으로서, 신비한 거인을 넘어 "badass" 울트라맨의 희귀한 계보를 잇는다. 방위대 대장 출신의 울트라맨이라는 점은 실질적 부대장이었던 초대 [울트라맨]에 대한 오마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2천년대 초반 전세계적 붐을 일으킨 영화 [매트릭스]의 영향을 크게 받은 '마켓 괴수'라는 소재는 [울트라 세븐]의 '캡슐 괴수'를 계승함과 동시에 뉴 제네레이션 시리즈의 '스파크 돌스'로, [대괴수 배틀] 시리즈 등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괴수 마케팅의 수익 모델로 제시된다. 조금씩 그러나 뒤늦게 장사할 마음을 먹는 츠부라야 프로의 성장 아닌 성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괴수가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은 꽤 늦게까지 깨닫지 못한다.)


정통 세계관 답게 캐스팅도 화려하다. 극장판과 연계되어 '타로'를 제외한 '울트라 6형제' 배우들의 출연. 뿐만 아니라 헤이세이 시리즈에 꾸준하게 출연했으며 이미 토에이의 [유언실행자매 슈슈토리안]으로 초기 경력을 시작한 특촬 베테랑 '이시바시 케이'를 중용함으로써 특촬 골수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준다.


마냥 왕도적 모험담이라기엔 '괴수 조련사' 후일담의 32화, 인종차별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35화 등 걸출한 다크 에피소드들도 포진해 있다. 츠부라야의 특촬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애들 드라마에 저렇게나 진지한 메시지들을 많이 심는데 나라 꼬락서니는 왜 그럴까 하는 아이러니한 의문이 드는 순간이 종종 있다.


최후반부가 되면 역시나 시리즈 전통인 "인간 불신" 카드를 꺼내든다. 해당 파트의 느닷없는 톤 변주는 본작을 마치 설탕 뿌린 [울트라맨 넥서스]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 안에서 성장형 울트라맨인 뫼비우스의 땀냄새 나는 활약이 부각된다. 배우 이가라시 슌지의 개떡같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줄 감동은 다 준다. 대단한 각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