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The Fog (1980) by 멧가비


어느 조용한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저예산 호러. 여기서 뭔가 보여주겠습니다 하는 건 보통의 풋나기. 존 카펜터는 오히려 감춰버린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에서 모티브를 얻은 카펜터는 [할로윈]을 통해 마이클 마이어스를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제이슨과 프레디라는 두 걸출한 후배를 배출해 결과적으로 80년대 슬래셔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가면은 썼으나 사실은 나서고 싶어 안달인 것만 같은 과시적 살인마의 시대를 연 그 카펜터가 오히려 정반대로 모든 것이 안개 속에 숨는 슬래셔를 만든 것. 게다가 안개에 숨은 살인귀들이 떼로 등장한다.


여러모로 캠프 호러와 슬래셔의 정석들을 조금씩 빗나가는 설정들이 돋보인다. 기본적을 시야가 탁 특인 해변 마을에서 느껴지는 대자연적 고립감, 사방 열렸으되 안개로 자욱한 마을은 마치 안개닌자들의 부비 트랩으로 가득한 적진에 들어선 듯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케빈이 지키는 집에 입성한 해리와 마브 콤비가 어느 순간 느꼈을 공포가 그랬을까.


안개라는 소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똑같이 감추더라도 어둠과 안개는 속성이 다르다는 것. 어둠에 감추면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음의 공포, 그러나 안개는 저기에 뭐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뭔질 모르겠는 공포다. 어둠은 불을 밝히면 물러가지만, 안개는 마치 의지를 가진 듯 살아 움직이며 마을 사람들을 옥죈다. 질식의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오는 느낌.


내러티브보다 이미지를 위주로 전개되는 타입의 작품인데, 고립된 등대를 안개가 천천히 감싸안는 장면의 압도감. 존 카펜터의 비주얼리스트로서의 재능을 가끔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만든다.


이야기의 종착지인 "황금 십자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탐욕의 구심점에 종교가 놓여 있었다는 모순이라니. 아니 어쩌면 모순이 아니라 그게 본질일지도,





연출 각본 존 카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