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Dead End (2003) by 멧가비


미국 슬래셔 무비에 흔히 나오는 도로 위의 살인마. 그것을 역으로 뒤집어 도로가 곧 살인마라는 지극히 [환상특급]적인 설정의 영화.


작중 다뤄지는 것들은 가부장, 마리화나, 혼전 임신, 불륜 등 가족 테마의 흔한 공포들이다. 거기에 더해, 끝이 보이지 않는 음산한 고속도로와 사방 분간할 수 없이 울창한 숲의 조화, 도로 위의 낯선 존재라는 미국적 공포들이 깔린다. 나는 이 영화를 '아메리칸 주마등'이라고 평한다.


차는 달리고 있으나 이야기 구조는 캠프 호러를 닮는다. 사방 트였으나 그 가운데의 고립감이라는 기묘한 이질적 정서. 저예산의 자구책이었겠으나 훼손된 시체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끔찍하다.


블랙 코미디라는 것은 그 주체들이 진지하게 굴수록 더 웃긴 법. 작중 인물들은 한 없이 진지하나 그 때문에 불러들여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에 난처하게 웃을 수 밖에 없으며, 무서울 게 뻔한 타이밍에서 힘을 빼고 숨을 들이쉴 때 공포가 다가오는 엇박자의 맛이 있다.


미국으로 건너온 두 명의 프랑스 작가는 80년대 헐리웃 B 호러들에 커리어가 있는 린 샤예와 마찬가지로 베테랑 조연인 레이 와이즈를 불러들여, 예산 부족의 빈곤한 기색을 좋은 연기들로 채운다. 린 샤예는 이후로도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 등에 출연하며 호러 스릴러 장르의 경력을 이어가다가 2010년 [인시디어스]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다.




연출 각본 장 밥티스트 앙드레아, 파브리스 카네파


덧글

  • 좋은하루 2018/01/07 11:58 #

    시작과 엔딩의 연결고리를 퍼즐조각 맞추듯 되새겨 봤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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