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 카부토 仮面ライダーカブト (2006) by 멧가비


작품을 막론하고 영웅적인 주인공을 다루는 대개의 경우가 그러하지만, 특히나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주인공은 크게 휴머니스트 타입과 에고이스트 타입으로 나뉘는 경향이 강하다. 본작의 주인공 텐도 소지는 에고이스트 타입 라이더 주인공 가운데에서도 가장 극단적이자 그 정점에 선 인물. 완성형 캐릭터들이 많은 라이더 시리즈 역대 주인공들 가운데에서도 독보적인 천상천하유아독존 형 캐릭터.


[가면라이더 류우키]에 이은 라이더 배틀 포맷을 또 한 번 차용하되, '미러 월드'라는 검투장의 무차별 배틀로얄이 아닌, 이미 정점에 선 자 '텐도 소지'의 챔피언 방어전의 형식을 취한다. 이하 다른 가면라이더들과 괴인(웜)들은 그에 도전하는 언더독으로서 때로는 무력으로 혹은 코미디로, 요리로 저마다 텐도 소지에게 출사표를 내민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과로 하늘을 걷는 자 텐도 소지의 위대함을 칭송하면서 마무리 되는 패턴. 실제로 텐도=카부토는 작품이 중반을 지나갈 무렵까지 치명적인 위기에 처한 적이 없다.


텐도 소지는 작중 인물 중 가장 유능하고 똑똑하고 잘 싸우고, 가장 웃긴다. 음모를 획책하는 집단 'ZECT'는 [가면라이더 555]의 '스마트 브레인'과 달리, 텐도에게 있어서는 또 하나의 커리어이자 놀이터에 지나지 않는다. 먼치킨이라는 것도 작정하고 밀어부치면 그 안에 미학이 있을 수 있는 법. 배우 미즈시마 히로의 뻔뻔함이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초월자라 믿는 미친놈 캐릭터에 존재감을 부여한다.


제 2의 가면라이더 '가탁크'로 변신하는 카가미 아리타는 휴머니스트이자 정의한, 성장형 캐릭터로서 그 이름처럼 텐도 소지와는 대척점에 선다. 전무후무한 텐도와 달리 왕도적 주인공이지만 정신 나간 게 주류인 본작에서 그런 성향은 보통의 찌질이에 지나지 않게 되는 점이 아이러니. 무신경한 척 하는 해결사와 열정 넘치는 트러블메이커로서 대비되며, 각자 자기 자신이 스스로 인식하는 인물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갈등하는 두 주인공의 대비가 재미 요소다.


2천년대 B급 호러퀸이었던 미와 히토미가 연기한 '마미야 레나'는, 배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좋은 연속성을 가질 수 있었으며, 또한 가면라이더 시리즈에서도 이례적으로 멋진 여성 최종보스 캐릭터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배우의 이른 하차가 아쉽다. 또한 텐도 소지와는 다른 의미로 본작의 블랙 코미디적 분위기를 상징하는 인물은 야구루마 소우와 카게야마 슌 콤비. 소위 '지옥 형제'라고 자칭하는 찌질이 짝패인데, 초반 등장시의 진지한 모습에서 탈피하고 점점 극단적인 코미디 캐릭터로만 소비되는 듯 하면서도 그 안에 상당한 페이소스를 품고 있다는 점.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도 유독 평가가 갈리는 것은 역시나 방향을 잃어버린 스토리와 파행적인 전개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초반의 몰입감을 책임졌던 "신체 강탈자"플롯이나 요리 대결 컨셉, 출생의 비밀 플롯 중 어느 한 쪽을 확실히 지지하지 않고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는 내러티브가 흥미를 떨어뜨리는 면이 있다. 그러나 서사의 실패와는 별개로 한 작 품에 한 명 나와도 버거울만한 슈르한 캐릭터들이 떼로 등장하는 본작만의 파천황적인 매력 역시 분명히 있다 하겠다. 누구에게나 재미있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취향이 맞는다면 최고로 꼽을만한, 이미 그 자체로 컬트에 가까운 특촬 장르 안에서도 가장 컬트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본작을 꼽는다.


덧글

  • 잠본이 2018/01/06 17:55 #

    개인적으론 중반에 히요리와 다크 카부토를 둘러싸고 텐도가 동요하는 부분이 별로여서 그냥 저런건 딴 캐릭터에게 맡기고 처음부터 끝까지 유아독존으로 남으면 안되나 싶더군요. 미즈시마의 뻔뻔함은 쾌걸 즈밧토를 리메이크한다면 이인간에게 주연 맡기고 싶을 정도로 물건이었던지라(누구 맘대로)
    레나는 멋있다가 갑자기 기억상실 걸려서 카자마와 순애보 찍는거 보고 얘네들도 스케줄 못맞춰서 쪽대본 쓰는거 아닌가 뭐 그런 잡생각이(...)
  • 멧가비 2018/01/08 13:43 #

    쪽대본 까진 모르겠고 내부적으로 부침이 꽤 있던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 페이퍼 2018/01/07 02:40 #

    덴오를 마지막으로 가면라이더 시리즈는 보질 못해서그 후로 어떤 작품들이 어떻게 굴러갔는지 궁금했었는데차례로 포스팅해 주시는 덕분에 다음 글들이 기대되네요
  • 멧가비 2018/01/08 13:44 #

    아쉽게도 덴오 이후로 완결 본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비정기 한 마디

"다시 보고싶다 오렌지캬라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