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스킨 Under The Skin (2013) by 멧가비


일본 호러같은 기괴한 주술적 사운드, 비상식적으로 빛이 반사되는 미지의 검은 공간, 구구절절 대사 대신 초현실적 연출만으로 내용이 전달된다. 난해할 것이 없는 게, 애초에 서사랄 게 없이 그저 이미지의 연속일 뿐이다. 그저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무언가의 존재가 열심히 인간을 수렵할 뿐. 어떤 면에서는 나레이션 하나 없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야생 동물 편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일종의 사이키델릭 먹방.


초현실적 연출과 정체불명의 설정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들이 놓이는 세계관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낯선 여자를 경계하지 않고 그 부름을 거부하지 않는 수컷들. 크게 세 가지다. 현실 연애 경험이 없던가,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던가, 좆이 뇌를 지배하는 상태이던가.


영화는 마치 '로르샤흐 테스트'처럼 의뭉스러운 그림을 제시할 뿐, 무엇을 은유하고 어떤 상징을 덧붙일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판단으로 넘긴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그것"을 현실 여성에 대입하면, 착취적인 남성성의 연속 그 마지막에 피부 아래를 들여다 봐주는 누군가를 만났다 쯤의 이야기일 것이며, 요한슨을 [천녀유혼]의 스코틀랜드판 쯤 되는 정염의 괴물로 간주한다면 꽤나 그로데스크한 모던 호러다.


"그것"은 일견 검은 공간을 펼치는 것 외에는 별 것 없는 외계인이기도 하나, 그의 섭식 생태를 바탕으로 평가하자면 스칼렛 요한슨의 껍데기라는 상당히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 껍데기를 탐하다가 본인이 껍데기만 남기고 잡아먹히는 남성성의 모순을 풍자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몇 개의 도발적인 이미지 뿐, 굳이 서사 까지는 없어도 족한가보다.






연출 조나단 글레이저
각본 조나단 글레이저, 월터 캠벨
원작 마이클 페이버 (동명 소설,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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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는 오우삼의 [페이스 오프]와 김기덕의 [시간]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얼굴이라는 껍데기 한 장이 갖는 힘에 대한 고찰이라면 조너선 글레이저의 [언더 더 스킨] 역시 그 영향력의 범주에 들어간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잊어선 안 될 것은, 가면을 또 하나의 자아로 해석하는 것은 서구의 슈퍼히어로 장르에서도 절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