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 더블 仮面ライダーW (2009) by 멧가비


추리 문학 강국인 일본에서 본격 탐정 극화를 차용한 가면라이더 작품이 2천년대 막바지에야 나왔다는 것은 의외의 일이다. 이른바 '헤이세이 2기'라 칭해지는 소분류의 첫 작품. 라이더와 괴인의 의미 교환에 대해 탐구하는 경향이 강했던 1기에 비해 보다 장르적으로 양식화되는 2기의 경향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2화 완결의 구조가 여느 작품보다도 철저히 유지되는 것은 추리물 컨셉을 그저 흉내만 내지 않겠다는 기획 의도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덕분에 전통의 괴인 퇴치 플롯이 아니더라도, 인간들만 나오는 시퀀스들만으로 충분히 활극의 재미를 준다. 토에이의 [초인 바롬원]을 계승하는 2인 1히어로의 합체 컨셉을 차용한 것은 두 명의 이케멘 주인공이 각자의 개성으로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훌륭한 버디무비로서의 장치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히다리 쇼타로와 필립, 두 주인공 이외에도 꾸준히 등장하는 개성 조연들. 그들을 진정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은 내러티브 이전에 배경 설정이다. '후토 시'라는 가상 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 명물 맛집 등의 랜드마크, 라디오 방송국과 지역 의류 브랜드 등 디테일한 요소들을 배치함으로써 "공간이 살아있다"는 인상을 준다. 공간적 배경에 캐릭터성이 부여되는 셈인데, 마치 오픈월드 비디오 게임의 맵처럼 임의로 아무 곳을 가리켜도 그곳이 후토임을 알 수 있을 법한 꼼꼼한 세계관 형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이에 대응하는 주역들의 진지함을 우스개로 보이지지 않게 하는 효과를 줌과 동시에, '도시의 영웅'이라는 컨셉과 두 주인공의 모던한 이미지에 맞는 세련된 감각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주인공 히다리 쇼타로가 입버릇처럼 추구하는 "하드보일드"한 정서와 영웅담, 휴머니즘 등이 비율 좋게 섞인 메인 플롯과 쌍곡선을 이루는 것은 '소노자키 가문'의 잔혹사. 한국 막장 드라마의 원류라고도 할 수 있는 '히루메로(ひるメロ)' 장르의 '윤리 해이'적 정서가  메인 플롯과 융합된다. 고전 추리물들이 가족의 잔혹사나 치정을 소재로 한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좋은 조합이나, 저연령 드라마인 점을 고려하면 그 선이 아슬아슬한 것이 사실이다.


맨몸 액션 전담이자 Badass와 코미디를 동시에 담당하는 가면라이더 액셀, 테루이 류. 쇼와의 "シブい"한 멋을 계승한 가면라이더 스컬, 나루미 소우키치. 악역임에도 특유의 캐릭터성과 멋으로 인기 캐릭터 반열에 오른, "가면라이더 판 보바 펫" 쯤 되는 가면라이더 이터널, 다이도 카츠미 등 본편과 극장판을 막론하고 좋은 캐릭터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이야기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 등 캐릭터와 각본의 훌륭한 상성 역시 본작을 시리즈 내 걸작의 반열에 올린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겠다.


감독 사카모토 코이치의 전공 분야인 홍콩식 격투 스턴트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DVD로 발매된 후일담 [가면라이더 W RETURNS/가면라이더 액셀]에서는 코믹 조연이었던 진노 키미오를 흡사 성룡을 연상시키는 코미디 액션 스턴트의 주역으로 탈바꿈하는 연출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성룡의 팬이 일본의 특촬을 단 한 편만 봐야한다면 필견해야할 작품이기도.


일러스트를 공부하는 예술계 학도라면 한 번 쯤은 이름을 듣게 되는 '테라다 카츠야'가 가면라이더 시리즈에 디자인 참여한 첫 작품이라는 의의 역시 잊어선 안 될 것.


덧글

  • 프뢰 2018/01/11 16:47 #

    저는 쿠우가~오즈까지의 작품만 봤는데, 그 중 더블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장 스토리적으로 깔끔하고 라이더 시리즈 특유의 용두사미 엔딩이 아니라 떡밥을 대부분 회수한 적절한 마무리라고 생각해요. 히비키의 그 허무함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 멧가비 2018/01/12 15:23 #

    저도 더블을 최고로 꼽습니다. 시리즈 내에서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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