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 포제 仮面ライダーフォーゼ (2011) by 멧가비


가면라이더 시리즈로서는 최초로 고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물 컨셉. 게다가 특촬의 역사를 통틀어도 이 정도로 학교라는 배경과 학생이라는 주인공들의 신분들 적극적으로 극의 장치로서 사용한 작품은 유례가 없을 정도다. 수업 종이 울리자 가면라이더와 괴인이 싸움을 멈추고 갈라서는 장면은 그 묘한 엇박자 감각과 설정에 대한 충실함에서 독보적인 재미가 발생한다. 이 정도로 학원물에 충실한 특촬 작품을 나는 [마이티몰핀 파워레인저] 이후로 본 일이 없다.


미국 하이틴물을 벤치마킹한 듯 교내 스테레오 타입들을 소개하는 도입부는 일견 보는 내가 쑥스러울 정도로 이질적인 정서다. 하지만 에고이스트 타입 라이더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주인공 키사라기 겐타로의 "친구 만들기" 플롯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괴인으로 변신하는 인간들이 주로 교내 학생들로 설정됨으로써 괴인을 단순히 처벌하는 게 아닌, 설득하고 갱생시키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다. 학생들이 괴인으로 변신한다는 설정은 약물과 범죄에 노출된 틴에이저들을 다루는 미국식 하이틴 장르를 역시나 일부 차용하고 있다. 괴인과 관련한 사건들로 교사들이 연이어 교체되는 포맷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시리즈 내 독보적인 서브 장르와 다양한 캐릭터 등 작품에 개성을 더하는 요소들이 많은 반면에, "오리지널리티는 어디에"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사실은 여러 곳에서 차용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미국식 하이틴 장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존 휴스의 [조찬 클럽]을 명백히 베낀 것과 다름 없는 인물 구성. 각자 다른 부류를 대변하는 아이들이 공통의 적(교사 혹은 조디아츠)을 두고 뭉친다는 포맷도 그러하거니와, 본편 7화의 보충 수업 장면의 발상과 캐릭터간 갈등 양상이 거의 완벽히 일치한다.


시각적인 면에서는 [철인 쿄다인], [월-E], [트랜스포머]등에서 차용한 것들을 어렵지 않게 구분해낼 수 있을 정도. 그 외에도 "3학년 B반"이라는 설정이나 사쿠타 류세이의 "브루스 리 키드"스러운 캐릭터성 등 가벼운 오마주로 간주할 수 있는 디테일들도 가득. 그러나 "표절과 오마주의 구분"을 논하기 시작하면 특촬의 역사 전체, 혹은 미국 일본 등의 팝컬처 역사를 해체하고 재검토해야 할 대공사가 되므로 본작 하나를 평가함에 있어서는 크게 의미있는 일은 아닐 것이며 본작에 존재하는 고유의 매력들을 간과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주인공 키사라기 겐타로는 앞서 말했듯이 전형적인 에고이스트 타입의 가면라이더 주인공. 냉정하게 말해, 결과적으로 잘 풀릴 뿐 사실 현실에서의 정상적인 학창생활을 기준으로 하자면 괜한 오지랖으로 민폐만 끼칠 뿐인 피곤한 타입이다. 대신 그 이상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행동파라는 점은 창작물의 주인공으로서는 매력 요소다. 라이더가 되는 것을 이렇게나 기꺼이 받아들인 주인공도 흔치 않다. 저연령 대상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는 역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겐타로는 거절 당할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성격. 즉, 반대로 본인부터가 타인을 밀어내지 않는 인물인데, 이지메의 종주국인 일본에서라면 어린이들에게 반드시 모델로서 제시되어야 할 유형의 캐릭터다. 겐타로는 진심을 내보인다는 것에 큰 신념을 가진다. 이 역시 '혼네'와 '다테마에'를 구분하는 일본 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겠다.


이사장 가모 미츠아키는 본작의 최종보스로서, 행보는 악행으로 점철되어 있으나 그 근본에는 우주적 존재를 만나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에 가까운 것이 자리하고 있는 복잡한 인물이다. 이 캐릭터의 망상인지 순수함인지 모를 내면이 드러나는 순간에는 마치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에서 느꼈던 동정어린 광기가 다시 한 번 느껴지기도 한다.


그 외 조연들 역시 막연한 조력자들을 넘어, 방과 후 특별활동이라는, 역시나 학원물 포맷에 충실하게 설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고교생들임에도 오히려 역대 조력자들 이상으로 전문적인 서포트를 한다는 점은 캐릭터 각각의 캐릭터성을 부각함과 동시에 "가면라이더와 조력자"의 구분이 아닌, "가면라이더부"라는 팀 플레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전달하는 것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덕분에 역대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가족적인 분위기와 협력의 쾌감이 주요하게 그리고 쾌활하게 작용한다. 간혹 팬덤에서는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가면라이더답지 않다'며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면라이더 히비키] 이후, "가면라이더답다"는 명제에 어떠한 실체가 남았는가.


TV 특촬이라는 사이즈 안에서는 CG 완성도가 준수한 편이며, 사카모토 코이치의 이름값 만큼이나 액션 역시 나무랄 데가 없다. 칼집 낸 물오징어처럼 생긴 '포제'의 디자인은 익숙해지면 정 든다. 저연령 프로그램임을 감안하더라도 낯뜨겁게 감성적인 대사들이 오가는 것은 호불호가 갈릴 지점인데, 오그라드는 기분을 씹어버리는 열혈 전개 쪽에 해답이 있다. 어쩌면 그 역시 청춘에 대한 진솔한 묘사요 통찰이다. 고삐리들이 너무 현실적이고 건조한 대화를 주고 받는 것도 좀 깨지 않나.


그런 면에서 맨몸으로 최종보스를 상대하는 마지막 결투 시퀀스는, 가면라이더로서는 이질적이나 본작에는 오히려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쇼와 시대의 열혈 경파 주인공을 계승한 키사리가 겐타로의 가면라이더 답게, 마지막까지 참 뜨거운 가면라이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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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영화 탐구 - 가면라이더 포제, 조찬 클럽 2018-01-12 14:48:23 #

    ... 장르적 특성 때문에 겹쳤을 수도 있다, 고 생각할 수 있는 [가면라이더 류우키]와 [배틀 로얄]의 사례와는 달리 [가면라이더 포제]는 대놓고 오마주한 사례. 고교 계급 갈등과 화해, 기성세대에 대한 공통적 저항 심리를 다룸에 있어서 [조찬 클럽]의 영향을 벗어나긴 힘들기 때문에 굳이 표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