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놀리아 Magnolia (1999) by 멧가비


밥 먹으러 가던 식당 건물에 불이 났는데 내 휴대폰에서는 다급히 벨이 울리고, 등 뒤에선 거품 문 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오고 있는데 개 목줄을 놓친 주인은 멍하니 불 구경을 하고 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내가 밥 먹으러 가던 식당의 주인이었는데 개가 나 말고 전화기를 입에 물어 도망가더라, 는 이야기와도 같다. 겹겹이 쌓인 우연과 인연이 교차점들을 지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종의 관찰형 플롯을 비선형적 구조로 배치함으로써 선후 인과 따질 겨를 없이 그 빙글빙글 돌아가는 4차원적 이야기에 휘말리게 된다.


작은 쇠구슬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결국 골인점에 가져다 놓는 '골드버그 장치' 영상을 간혹 멍하니 들여다 볼 때가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각기 다른 공간, 다른 상황에서 각자의 상처를 호소하다가 끝내 하나의 맥락으로 귀결되는 순간, 우연과 인연 혹은 갈등과 봉합 사이에 놓인 골드버그 장치를 통과하는 듯한 "해소의 쾌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부모 자식간 감정의 골, 트로피 와이프의 부정(不淨), 성 편향 우월주의, 마약, 아동학대 등 현대의 사회적 질병들이 인간군상을 통해 제시되지만 이를 사회과학적으로 통찰하거나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대신, 역겨운 개구리 비로 그저 씻겨내려가도록 놔두는 것은 주술적인 휴머니즘이며 "따뜻한 냉소" 쯤의 이율배반 정서이기도 하다. 이 초현실적 반전의 카타르시스는 내러티브들을 정교하게 배치하고 교치시킨 설계의 묘미가 선행되었기 때문에 얻어지는 보상이다.






연출 각본 폴 토마스 앤더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