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침공 Mars Attacks! (1996) by 멧가비


내가 아는 한 가장 황당하고 귀여운 영화화. 원작이 된 60년대의 트레이딩 카드가 그 폭력성과 기괴함, 불경함 등으로 인해 한 동안 생산중지 됐었다는 일화는, 냉전시대의 엄숙주의에 도발하는 그런 점에 오히려 이끌렸을 팀 버튼의 시니컬한 악취미를 떠오르게 해 웃음이 나온다. 권위를 상징하는 백악관의 주인은 명치가 뚫리고, 거만한 과학자는 개만도 못한 신세가 된다. 그 많은 위업을 달성한 화성인들은 남부 촌 할매가 듣던 컨트리 음악에 골통이 터진다.


외계인의 약점을 이용해 반격한다는 클라이막스 설정은 토호의 1965년작 '괴수대전쟁'에서 힌트를 얻은 것. 거기 까지야 새로울 것도 없는 설정이지만 어째서 음악인가, 나는 이것이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에 대한 팀 버튼 식 너스레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팀 버튼의 유년기 정서를 형성하는데 일조한 50년대 싸구려 SF들에 대한 호들갑스러운 오마주이자, [인디펜던스 데이]등과 같이 캐스팅만 요란하고 빈 깡통인 블록버스터 SF에 대한 조소섞인 풍자다. 그 조롱의 무기로 내세울 만한 작품으로 [미지와의 조우]를 선택했다면, 아 충분히 인정.


이에 더해지는 것은 버튼이 그의 주요 필모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애정을 드러냈던 우상, '에드 우드'에 관한 헌사다. 철딱서니 없이 빙글빙글 도는 50년대 느낌의 비행접시들도 있지만, 껌을 아주 맛있게 씹는 화성인 쿠노이치는 명백히 [외계로부터의 9호 계획] '뱀피라'의 재해석이다.


레퍼런스들의 영화사적 난해함 때문에라도 일반적인 해법이나 미학적 분석으로는 평가하기 힘들다. 작품 내내 무차별적인 파괴와 살육만이 가득하다는 점에서는 가장 팀 버튼스럽지 않지만, 영화에 드러나지 않는 어딘가에 역시나 애정이 감춰져 있다는 점에서는 그래서 역시 팀 버튼적이다. 버튼은 대개의 경우 그의 사랑을 일반적인 화법으로 털어놓지 않는다.


마치 '플래시몹'을 보는 느낌. 교묘한 계획과 상성 좋은 협업으로 빚어내는 정성스러운 뻘짓이라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걸출한 배우들과 비틀린 미학의 감독이 만나 더없이 황당무계하게, 그리고 거창하게 일을 벌여놓고 대충 수습한다. 생색 안 나게 공들인 바보짓이요, 파티처럼 신나는 낭비다. 팀 버튼 영화 중에 이 정도로 '뭔가 알아야 재미있는' 어려운 영화는 없었다. 영화가 이게 뭐냐 유치하다 비웃는 영알못들을 걸러내는 일종의 필터 같은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연출 팀 버튼
각본 조나단 젬스
원작 렌 브라운, 우디 겔먼, 월리 우드, 밥 포웰, 노먼 손더스 (트레이딩 카드 Mars Attacks, 1962)






덧글

  • 예르마크 2018/01/10 14:05 #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영화가 몬스터 대 에일리언...

    정말 재밌게 본 건데

    외계인 묘사가 참 비슷합니다.
  • 멧가비 2018/01/10 19:52 #

    안 봤는데 관심이 생기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면이 비슷한지요
  • 엑스트라 2018/01/11 02:15 #

    그저 미국 정부가 완전 막장 그 자체였더죠... 그리고 여기서 마이클 제이 폭스도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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