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전대 고버스터즈 特命戦隊 ゴーバスターズ (2012) by 멧가비


성인의 관점으로 TV용 히어로 특촬을 감상함에 있어서 겪는 딜레마는 이치에 어긋나는 서사와 설정들이다. 개인적으로 특촬은 어디까지나 원초적인 정서와 미학적 취향으로 즐기는 용도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정극들과 비교하자면 얼토당토 않은 전개에 간혹 당황하는 것이 사실. 그 와중에 본작은 그런 가려온 부분들을 개운하게 긁어주는 측면이 있다.


히어로들은 메카에 탑승하기 전에 반드시 고급 훈련을 거쳐야 하며, 사용하는 무기는 도라에몽 앞주머니에서 뿅 하고 꺼내는 게 아니라 본부에서 텔레포팅 지원하는 것. 과학적으로 고찰할 필요는 없다. 단지 기본적인 원리를 설득할 자세를 보인다는 게 중요하다.


사건현장 어디든지 순식간에 나타나는 특촬 특유의 시공간 개념은, 도시 곳곳에 배치된 비밀 통로의 소품을 그저 슬쩍 보여주는 것만으로 설명이 되며, 괴인들이 에네트론 타워를 목표로 삼았다는 기본 설정은 이야기 배경이 늘 같은 지역이어도 괜찮은 명분을 부여한다. 괴인을 총으로 쏴 맞히기 위해 아군들이 괴인의 양 옆에서 팔을 붙잡고 매달리는, 비겁하지만 합리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초유의 전개가 극 초반에서 벌어질 정도니 말 다 했지. 사소하게 섬세한 것들이 이야기의 구멍을 막아주어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미에(見え), 나노리(名乗り) 등의 양식미를 파격적으로 생략한 점은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라 하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그 dry한 느낌이 좋다. 나일롱 스판덱스 대신 인조 가죽 전투복을 입은 변신 전사들이 헐리웃 영화 트렌드에 가까운 무술을 구사하며, 거대 로봇은 자연광 아래에서 싸운다. 히어로 특촬로서는 작정하고 극한까지 추구한 리얼리티, 덕분에 물리적으로는 가장 덜 유치하다고 손 꼽을 수 있는 작품.


상기한 대로의 파격들이 있는가하면, 슈퍼전대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 어필하는 제스처도 다수 발견된다. 변신 시그널은 독특하게도 사반의 [마이티몰핀 파워레인저]에서 빌려왔으며, 변신 시 고글이 가장 마지막에 닫히는 모션은 [초신성 플래시맨]을 연상케 한다. 두 작품의 아이콘적인 요소를 빌려와서 부각하고 있는 이런 모습만을 보자면 마치 한국의 80년대생을 마케팅 타겟으로 삼은 건 아닌가 싶어질 정도.


[초신성 플래시맨]과 가장 닮은 요소는 고아인 주인공들이 부모를 찾기 위해 싸운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되면 주인공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 이미 예견된 비극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더욱 흡사한 양상을 보인다. 예정된 비극이라는 것은 내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테마이기도 하거니와, 본작이 추구한 리얼리티와 "tone down"적인 측면과도 제법 어우러진다. 그런가하면 결국 지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플래시맨들의 끝 없는 비극과는 달리, 비극성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심리적 건강도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본작만의 오리지널리티요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 하겠다.


주인공들이 저마다 하나씩 초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그에 상충되는 약점도 노출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엔터'는 슈퍼전대 시리즈에서도 희귀한, 맨 얼굴인 채로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좋은 악당 캐릭터 중 하나. 요코에 관해서는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 여신이라기엔 너무 귀엽고, 요정이라기엔 그 이상의 무언가.


덧글

  • 엑스트라 2018/01/20 23:05 #

    뿌뿌뿌 데스와 이전 모습의 아리샤군요~~!
  • 몽부 2018/01/22 10:40 #

    그래도 닭을 본다고 멈춰버리는 건 좀 -ㅁ-;;;
    그거 하나만 맘에 안들었었습니다.
    엔터는 꽤나 맘에 들었습니다. 남자악역을 맘에 들어한게 얼마만인지 ..
  • 히라리 2018/01/22 22:33 #

    특유의 매력 덕분에 인생작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전대였습니다. 그 귀엽던 요코도 지금은 여신이 되었죠
    흐흐
  • 잠본이 2018/01/23 22:50 #

    '메가조드'라는 단어도 빌려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파워렌 버전은 못만들어졌다는게 아쉽습니다.
    멤버 1인당 버디로봇 1대라는 구성은 테크노폴리스 21 생각나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