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에 이어 다시 한 번 반복되는 '묶인 괴물'의 딜레마. 그러나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번에 상대하는 적은 제국주의의 괴인들이 아닌, 알고 보면 헬보이 그 자신과 동류인 누군가라는 점이다.
누아다 왕자는 적이지만 악당이 아니다. 애초에 협약을 깬 인간에게 적의를 품고, 동족을 위해 빼앗긴 영토를 되찾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 이치에 맞는 행동이다. 나라 잃은 설움에 비하면 오히려 신사적이기 까지 하다. 그에 맞서는 헬보이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편이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에 붙잡혀 구국의 요정 왕자를 물리쳐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거대 식물의 재난을 막아내도 적반하장으로 구는 인간 군중을 보며 그는 드디어 회의에 빠진다.
어차피 자신의 적이 아닌 자와 싸워야 하는 운명은 마찬가지. 그러나 이번의 헬보이에게는 연인의 뱃속에 잉태된 자식이라는 변수가 생긴다. 이에 그는B.P.R.D.라는, 그를 속박하는 모든 것을 상징하는 이름을 버리고 떠나기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애매한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헬보이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맺어져도 나쁘지 않다. 헬보이를 묶고 있던 것은 물리적인 구속이 아닌, 이제 더 이상 지켜줘야 할 가치조차 희미해진 불특정 다수의 인간들에 대한 눈 먼 책임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것을 그만두자 결심한 것만으로 헬보이에게는 그 이상의 해피엔딩이 필요 없을 것이다.
전작과 달리 코믹스에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지만 오히려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의 손이 제법 닿은 작품이다. 마치 신작을 발표하는 기분으로 의욕적으로 참여했을 모습이 선하다. 특히 고블린 마켓 장면은 미뇰라와 델 토로 양쪽 팬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미있는 시퀀스. 꼬마 헬보이의 회상과 에이브의 술주정, 한층 밝아진 리즈 등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가 더욱 섬세해진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많은 팬들이 3편을 오래도록 기다리고 결국 리부트 소식에 절망한 이유의 가장 큰 부분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연출 기예르모 델 토로
각본 기예르모 델 토로
원안 마이크 미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