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35주년 기념 재개봉 by 멧가비



블레이드 러너 재개봉, 뜬금없이 아트하우스 상영관.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것 만큼 아트하우스적인 SF 영화가 또 있으랴. 태어나 가장 좋아한 영화가 하필 아주 오래된 컬트 영화라는 것은 영화팬에게 있어서 의미있지만 섭섭한 일이다. 때문에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건 반대로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관심도 없던 포토티켓이라는 걸 만든다. 언젠가부터 더 이상 단골 극장들이 빳빳한 종이 티켓을 발권하지 않아 실망했었으나, 이 순간을 위한 일이었나 싶다. 일반 티켓이 아직 있었다면 일반 티켓을 택했겠지. 포토티켓 앨범을 하나 사야겠다. 나중에 보게 될 크게 의미있는 다른 영화들을 위해서.


두 시간 남짓에 두뇌 풀가동. 최근 몇 년 간 이렇게 쇼트 단위로 집중해 본 영화가 있었던가. 그것도 이미 모든 장면을 외우고 있는 영화를. 몇 년 있으면 [브라질]도 35주년이니 또 다른 희망을 가져본다.






로이가 흘리는 식은땀 한 방울, 번져버린 레이첼의 스모키 눈화장이 또렷이 보인다. 시드 미드의 습기 가득한 세계관이 도트 단위로 구석구석 눈에 들어온다. 반젤리스의 쨍한 스코어는 귀를 건너 뛰고 머리에 바로 와서 꽂힌다.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아주 어릴 적, 아마도 서울극장에서였던 [쥬라기 공원] 이후, "영화는 극장 관객을 위한 것"이라는 진리를 수 십년이 지나 새삼 되새김한다. 극장에서 영화 보는 즐거움을 아주 오래 잊고 있었다. 작은 아트하스 상영관 스크린이지만 극장은 역시 극장이다. 아끼는 35인치 TV 화면이 별안간 코딱지만해 보인다. 내리기 전에 또 보고 싶지만 상영횟수, 시간대가 야박하다.


슬프다. 이 감동도 머잖아 희미해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덧글

  • akd637 2018/02/24 06:51 #

    한동안 소식이 없어서 무슨 일이 있나 했네요., ㅋㅋㅋ

    '이 감동도 머잖아 희미해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아름다운 문장이네요. 저도 파이널 컷을 극장에서 봤다면 좋으련만.. 못보게 되어서 아쉽네요.
  • 멧가비 2018/02/24 08:42 #

    아직 상영하는 데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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