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COCO (2017) by 멧가비


"이상한 나라에 간 아무개의 모험"이라는 고전적 레퍼토리. 거기에 더해, 과거의 가족을 만나 현재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테마는 다분히 [백 투 더퓨처]를 연상시킨다. 젊은 시절의 부모 대신 저승의 조상을 만난다는 디테일이 다르고, 마티처럼 미겔도 자신이 소멸할지 모르는 타임 리미트에 쫓기는 입장인 것이 같다.

플롯이 검증된 기성품이니 이야기는 포기하고 캐릭터에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타이틀 롤인 코코는 마지막에 눈물 빼도록 배치된 도구 캐릭터인 것을 이미 등장부터 알 수 있고, 실질적인 주인공 미겔은 스스로의 자아실현보다는 할아버지 찾기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서사 역시 그에 맞춰 흘러간다.


영화가 제시하는 "가족으로의 회귀". 명색은 좋으나 그것을 전달하는 화법은 폐소감을 유발한다. 4대에 걸친 대가족의 사는 현재의 삶이, 얼굴도 남아있지 않은 조상 아무개에게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는 부분이 그러하다. 음악을 금기시하는 것 도 고조부의 음악가절 기질을 "부정(否定)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있는 셈. 미겔이 음악가적 재능을 갖춘 것도, 그 동기나 노력 등의 과정이 묘사되질 않으니, 결과적으로는 그저 조상이 남긴 유산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절연을 선언하면서 까지 음악의 길을 택한 미겔에게 음악가로서의 성장 서사가 부여되지 않음에 당황한다. 미겔의 최종 목표는 고조부를 찾아내는 것, 망자 가족이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하는 것 역시 고조부의 과거청산 덕분이다. 망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후손의 운명이 결정되어 있는 이야기는 결국 "제사의 당위성"으로 귀결된다. 제사를 지내야 하는 이유를 아주 원초적인 정서에 호소해버리다니, 비겁하게스리 좋은 태도로 강압적이질 않냐 이거지.


사후세계의 묘사는 화려한 색감과 좋은 음악으로 포장되었을 뿐, 그 실체는 고단하고 냉혹하다.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고 이승과 마찬가지로 빈부격차에 고통받는다는 설정은 흔한 종교의 내세관에 딴죽을 거는 듯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조금은 극단적인 반종교주의일 것이다. 생자들의 기억은 망자에게 있어서 일종의 화폐와 같다고 한다. 망자를 기리는 관념에 생자의 죄책감이라는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 이렇게 생각하면 또 너무나 종교적이다. 여타 종교의 지옥도(地獄道)에 그저 당의정을 입혔을 뿐이질 않는가.


고조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난 일에 대해서, 떠난 것 자체가 아닌 '음악'에 방점을 찍어 온 가족이 음악을 터부시한다는 스토리는 (각본 쓰기에는 편했겠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저 답답한 논리 오류일 뿐이다. 전연령 관람가 영화에도 최소한의 이성과 논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의라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인물들은 최소한의 이성과 주관 없이 "갈등 후 화해"라는 대전제에 그저 멍하니 끌려가기만 한다.


팀 버튼이 언젠가 '망자의 날'을 소재로 스톱모션 영화 하나 만들어주기를 늘 바랐기 때문에, 이 영화 때문에 가능성은 더 낮아졌고 팀 버튼 자체도 통일신라 말기 느낌이라 이래저래 아쉽게 됐다.


픽사가 언젠가는 '서유기' 영화 하나 찍어주기를 바라길 희망했는데, 이 영화의 내세관이 차라리 그 쪽에 활용된다면 그럴싸하지 않았을까.






연출 리 언크리치
각본 애드리언 몰리나, 매튜 알드리치
원안 리 언크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