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만지 새로운 세계 Jumanji: Welcome to the Jungle (2017) by 멧가비


95년 전작 [쥬만지]는 흥행은 부진, 평가는 박했으나, 90년대 아역 배우들의 연기 방식과 로빈 윌리엄스로 대변되는 당대의 가족 코미디 양식 등이 기록되었음은 물론, CG와 애니매트로닉스, 스톱 모션 등의 테크닉이 화려하게 동원되어 영화사(史)의 지표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었다 볼 수 있다.


약 20년을 넘어 나타난 이 후속작이 전작과 어떻게 다른지를 논함에 있어서 보드 게임과 가상현실 비디오 게임의 차이를 언급하는 것은 사실 전혀 의미없는 일이다. 사실은 95년 당시에도 이미 비디오 게임의 발전과 대중화는 충분히 이뤄졌으며 보드 게임은 그 시절 이미 한 물 간 유산이었다. 비디오 게임 속에 들어간 뻔한(그리고 아주 간편한) 설정을 들고 나온 후속작에게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면죄부를 줄 이유는 없다.


본작이 전작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이야기의 구조에 있다. 전작은 병렬식으로 나열된 일종의 트랩 개념의 단순한 게임 방식 위에, 유년기의 그늘을 지닌 네 명의 주인공이 유사 가족을 이루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공통점 없는 10대들 각각의 개성을 챙기고 성장도 다뤄야 하며, 진부하지만 어쨌거나 소개된 정글 어드벤처의 스토리도 진행해야 한다. 영화가 제시한 그 모든 것을 소화하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구성도 산만하다. 덕분에 특별히 어느 쪽으로도 임팩트 없이, 파편화된 이야기의 조각들만 두서없이 난립하는 형국. 대개의 경우, 영화 홍보 목적으로 급히 만들어진 비디오 게임들이 그러하다. 이 영화를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면 볼만하겠군.


스펜서가 성장하기엔 브레이브스톤이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완벽하다. 약점도 없는 주인공 캐릭터의 알통으로 거의 모든 일을 뚝딱 해결해버리는 바람에 겁쟁이 기질을 고칠 계기도 주어지지 않는다. 연애를 시작하게 됐지만, 원래 서로 좋아했다며.


베서니는 비만 중년 남성의 몸에 의외로 금세 적응을 하며, 때문에 굳이 성전환 설정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해답도 제시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그냥 잭 블랙이 여성스러운 말투로 코미디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한 제작자 누군가의 촌스러운 센스만 보일 뿐이다. 심지어 스마트폰 적당히 쓰라는 교훈 조차 효과적으로 주지 못 하고 있다.


마사는 애초에 본체 조차 캐릭터성이 뚜렷이 제시되지 않았을 뿐더러, 캐런 길런이 연기한 아바타는 더도 덜도 않는 배꼽티-핫팬츠 담당인 게 너무나 뻔하다. 면피하려던 건지, 작중 그에 대한 자조적인 농담을 덧붙인 게 오히려 구차하다.


피리지는 체육계 학생으로서 원래의 가능한 능력치에 한참 못 미치는 아바타를 그저 체험했을 뿐, 그로 인해 뭘 얻었는지가 불분명하다. 약해서 무시했던 옛 친구와 그저 서로의 입장을 바꿔봄으로서 우정을 되찾는다? 이거 너무 쌍팔년도다. 즉 프리지의 캐릭터만 보더라도 단적으로 이 영화가 십대들의 성장담과는 전혀 무관하거나, 성장담에 대한 비전이 있었더라도 그 의도를 전혀 실현시키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굳이 꼬집자면 주인공 넷의 캐릭터 구성은 명백히 [조찬클럽]에서 빌려온 것이다. 너드, 체육계, 아웃사이더, 공주님 이 네 명의 구성은 해당 캐릭터의 성별 까지도 똑같이 맞춰져 있다. 반항아 한 명이 비는데, 알렉스의 헤비메탈 팬 설정이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전설적인 80년대 청춘 영화의 인물 구성을 카피하고 그들을 정글이라는 거창한 무대에 던져 놨으면서도 기껏해야 교실에서 나머지 공부하던 "원조"들의 매력에 접근 조차 못 하고 있다는 건 그냥 무성의하게 베꼈을 뿐이라는 소리지.


캐릭터 드라마나 코미디로서는 그렇게 진부하고 촌스럽기만 한데, 그렇다면 어드벤처로서는 성공적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95년의 덜 여문 특수효과로도 멋지게 쏟아내던 우악스러운 동물 군단과 돌연변이 살인식물, 몬순 등은 어디 갔는가. 덤벼드는 코뿔소 떼는 어째 전작에 비해 종이장처럼 가벼울 뿐이며, 모기가 약점인 캐릭터를 등장 시켜놓고 전작의 그 거대 모기를 다시 불러올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나보다. 동물이든 악의 용병단이든 적어도 한 쪽은 영화에 확실하게 긴장감을 줬어야 했다. 그래놓고 앨런 패리쉬가 살던 집 어쩌고 하며 전작과의 연결고리는 챙긴다. 이 영화대로라면 앨런은 번듯한 오두막에 온순한 NPC들이 운영하는 마켓까지 있는 꽤 괜찮은 환경에 살았으면서, 정작 어린애들한테는 지옥에라도 다녀온 듯 허세를 부린 꼴이 된다.


드웨인 존슨 멋지긴 하다. 근데 그 "더 락"의 멋짐을 느끼는 건 젊고 멋지던 시절을 실시간으로 본 세대들에 한정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더 락의 이글이글 눈빛이 여심을 녹인다는 건 영화 만든 아재들 착각이고, 아무리 구릿빛 근육이 빵빵한들 영화가 주 타겟으로 삼을 나이대의 관객들한테는 그냥 중년 아저씨일텐데. 근데 열 너댓 살 차이나는 캐런 길런과 로맨스 시바이라니. 그 안에 동갑 친구가 들었든 어쨌든, 그림은 그냥 삼춘 조카잖아.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십대 중후반 남자 패널들이 이십대 여자 게스트들한테 우리 중에 누가 제일 맘에 드냐고 집요하게 묻던 모습이 오버랩 돼서 내가 다 창피하다. 아재들이 헤게모니 쥔 곳은 헐리웃이라고 별 거 없구나.


전작과 달리 게임에 참가한 모두가 기억을 유지하는 것 설정도 실망스럽다. 전작의 결말이 줬던 아련한 아쉬움은 거세하고 보는 이들을 너무나 안심시킬 뿐인 안전한, 공산품 같은 결말. 결과적으로, 이게 꼭 있었어야 했나 싶은 후속작이다. 원작자가 같다는 이유로 [자투라]가 한국 개봉 당시 "쥬만지 2" 어쩌고 하며 약간 구라를 쳤었는데, 이 영화라고 딱히 정통 후속작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 돌아가는 방식은 자투라랑 더 비슷한데.






연출 제이크 캐스던
각본 크리스 맥켄너, 제프 핑크너, 스콧 로젠버그, 에릭 소머즈
원안 크리스 반 알스버그 (동화 Jumanji, 1981)



덧글

  • 포스21 2018/03/07 21:54 #

    뭐 그냥 저냥 재밌게 봤습니다. 주만지 1편의 기억이 희미해서 그런지도?
  • 멧가비 2018/03/08 00:12 #

    네 재미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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