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트 Mute (2018) by 멧가비


이름난 대개의 사이버 펑크 영화들은 사실 복잡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누가 누구를 쫓는다던가, 그저 벗어나고 싶다는 등의 단순한 명제. 그러나 그것이 세계관의 상상력과 맞물렸을 때 거기에서 추상적인 질문과 해답이 오고가는 게임이 발생하는 것이다. 


본작 역시 사이버 펑크의 그러한 경향에 충실하다. 영화가 묘사하는 세계관과 미장센들을 걷어내고 나면, 사실은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는 한 남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블레이드 러너]의 미학을 계승한 세계 안에서 [브라질]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


주인공 리오는 아미시 집안에서 성장했다는, SF 영화 치고는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리오라는 남자를 잘 살펴보면, 수술을 거부해 자식으로 하여금 목소리를 잃게 만들 정도로 독실한 아미시 가문에서 자란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 속 하이테크놀러지 세계에 잘 섞이는 사람이 아니지만 또한 완벽하게 벗어나 있지도 않다. 음성 인식 기능은 당연히 전혀 활용할 수 없지만 어쨌든 구식 휴대폰은 사용한다. 리오는 어느 곳에도 완전히 머무르지 못하고 적당히 중간에 낀 아웃사이더다. 완전한 농아인이 아닌, 후천적으로 목소리를 잃었다는 설정 역시 이를 반영한다.


어느 곳을 가도 테크놀러지로 가득한 진절너리 나는 도시에서 홀로 고요한 남자. 그런 그에게 나디아는 그저 애인을 넘어, 그의 마지막 쉴 곳에 다름 아니다. 나에게는 리오의 고삐 풀린 여정이, 자신의 귤 박스를 찾아 방황하는 길고양이의 야행처럼 보인다.


리오의 대립각인 캑터스는 탈영병. 고도로 발전했지만 전쟁만은 사라지지 않은 모순적인 세계관에서 그 또한 정착하지 못한 부적응자다. 리오의 고요함과 달리, 그는 내내 폭언과 폭력을 휘두른다. 이렇게 명백히 대비되는 두 남자 사이에 나디아가 있었다. 삼각관계의 한 축이기도 하지만 고딕멜로의 악당이기도 하다. 고전적인 이야기와 사이버네틱한 세계관의 대비 좋다.


다만 영화는 선배 사이버펑크 영화들의 (일종의)클리셰와 미술적 비전을 흠 잡을 데 없이 충실하게 따르고는 있으나 잘 따르고만 있을 뿐, 지나치게 모범생이다. 어느 것 하나 못 하는 게 없지만 뚜렷하게 자기 개성을 드러내지도 않는 심심한 연예인은 나오면 반갑지만 안 나와도 아쉽지 않은 법. 리오의 아미시 설정이나 세상에 대한 부적응 등, 조금 더 밀어부쳐서 영화의 개성을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잊혀지기만 하는 요소들이 눈에 보여서 아쉽다.





연출 던컨 존스
각본 던컨 존스, 마이클 로버트 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