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논 Anon (2018) by 멧가비


네크워크 혁명을 지나, 네트워크 공해라고 불러도 무방할 시대에 살고 있다. 아귀처럼 탐욕스런 이 네트워크라는 것은, 이제 단순 텍스트의 교환을 넘어 시청각의 영역까지 잡아먹는 중이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형성하는 세상 모든 과정, 그 일부를 사실상 이미 거의 대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는 한 해 앞서 나온 [더 서클]에 대한 비관적 대답이다. 위에서 네트워크는 탐욕스럽다고 말 했으나, 탐욕스러운 것은 도구가 아닌 사용 주체, 즉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몰라도 무방하지만 알고 싶은 더 많은 것들에 대한 탐욕스런 호기심. 그 관음증의 욕망을 극대화한 이 영화의 세계관은, 작중 구체적으로 설명은 없으나, 저 영화 속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한 부분이 심각하게 파괴되거나 소멸한 이후일 것이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비관적 SF 드라마 시리즈인 [블랙 미러]의 [당신의 모든 삶]과 [악어] 에피소드에서는 이미 시각 정보의 "데이터화"와 "의무적 공유"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과 모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 영화는 더 나아가, 맨 눈을 대체하는 이른바 '심안'이라는 기술을 선보임으로써, 시각을 강탈당할 수 있음에 대한 공포를 언급한다. "신체 강탈자"가 아닌 "시각 강탈자"라니! 발상 끝내준다.



[블레이드 러너]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공각기동대] 까지, 수 많은 사이버펑크 작품들이 관습처럼 따라해 클리셰로 만들어 버린 천박한 자본주의의 도시. 그 휘황찬란한 거리의 네온 간판들 마저 '심안'을 통한 증강현실로 대체해 묘사한 아이디어가 좋다. 하지만 중심 소재와 구체적인 몇 개의 아이디어들의 가능성은 불발탄처럼 뒷심 없는 각본에 희생된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캐릭터는 도입부의 신비한 등장이 무색하게도 사실은 별 거 없는 "토큰 뷰티"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실망스럽다.


사이프리드가 정말 지독한 악당이고 마지막에 클라이브 오웬에게 처절하게 복수 당했더라면 어땠을까. 연기 잘 하는 배우를 조금 더 과감하게 깨뜨리지 못하고, 안전한 울타리 안 화분에 꽃처럼 고이 모셔두는 이 졸렬한 각본 안에 존재하기엔, 아이디어들이 아깝다. 앤드류 니콜의 영화들을 좋아하지만, 그가 여성 배우를 다루는 소홀함은 [가타카] 이후로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






연출 각본 앤드루 니콜